「인커밍」 가을호 ⑬ 기후재앙 시대, 모든 생명을 대변하는 정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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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재앙 시대, 모든 생명을 대변하는 정치를
홍순영(기본소득당 동물·생태위원회 어스링스 위원장)
바야흐로 기후재앙의 시대다. 지난 3월 발간된 IPCC 제6차 보고서는 ‘모두가 살만하고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확보할 기회의 창이 빠르게 닫히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속불가능한 세계로 향하고 있는 징후가 계속해서 발견된다. 세계 곳곳에서 거대한 산불이 반복되고, 유례없는 폭염과 폭우가 일상화되며 수많은 생명과 그 삶터가 파괴되는 중이다. 식물종과 동물종이 떼죽음을 당하며, 인수공통감염병은 상시적으로 발생한다. 우리는 재난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산다.
이러한 재앙을 만든 원인은 명백하다. 자연을 약탈하며 성장을 추구해온 경제시스템과 인간의 활동이 재앙을 만들었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의 생산과 삶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인 전환을 이루어야한다. 기본소득 운동은 사회적·생태적 전환을 위해 소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부를 모두에게 나누자고 주장한다. 불평등하게 주어진 소득과 부를 정당하게 분배하는 것이 성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세계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사회적 불평등 해소가 곧 기후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의 재분배, 불평등 해소가 인간 사회 영역에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겪는 생태적 위기를 근원적으로 극복하려면 인간과 인간 사이의 불평등을 넘어 인간과 동물, 인간과 자연의 관계 역시 재설정해야 한다. 모두의 삶이 파괴되고 있는 현상의 기저에는 비인간 존재를 철저히 지우는 인간중심주의와 종차별이 있기 때문이다.
지구 행성에서 생명활동을 유지하는 모든 이들은 지구의 공유자다. 우리는 먼저 이러한 인식에 이르러야 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은 우리가 만들지 않았고 내가 숨 쉬는 공기는 내가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지구는 모든 존재의 생명활동으로 지탱되며, 지구라는 공간을 우연하게 공유하고 있는 지구의 주민은 지구에 대한 공유자이다.
인간 역시 지구 생태계의 일부라는 사실을 망각한 결과는 어떠했는가? 1만 년 전에는 전체 생물 개체 수에서 야생 동물이 99%를 차지하고 인류는 오직 1%만을 차지했다. 오늘날에는 인류와 인류가 소유한 가축이 전체 생물의 98%를 차지하고, 야생동물은 2%에 불과하다. 야생동물에게서 땅을 빼앗아 인간을 위해 가축을 키우고, 양식장을 만들어 바다를 파괴한 결과다. 사실상 인류는 야생동물로부터 지구를 점령하고 빼앗은 것과 다름없다.
인간종은 생태 환경의 독점 소유자가 되어 다른 종을 착취하고 대량 살상을 벌였으며 많은 종을 멸종에 이르게 했다. 이 행위는 기후위기와도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2006년에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한 (2006)에 따르면,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의 18%를 차지하며 이는 모든 교통수단의 배기가스보다 많다. 심지어 세계은행 환경평가 전문가들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51%가 축산업 때문이라 주장한다. 지구 표면의 45%를 가축이 차지하고 있고, 축산업이 세계 물 소비량의 30%를 사용한다. 브라질 아마존 밀림을 파괴하는 원인도 축산업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대규모 상업적 어업은 어떠한가? 해양쓰레기의 절반이 상업적 어업으로 인한 쓰레기이며 무분별한 남획으로 바다생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했다. 이미 한계치를 넘어선 동물과 자연에 대한 착취 시스템 속에서 동물들은 그들의 본연의 습성과 본능을 철저하게 박탈당하며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이렇듯 오늘날 인간이 다른 동물 그리고 생태계와 맺는 관계는 심각하게 잘못되었고 지속불가능하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축산업과 상업적 어업 등 동물을 착취하는 산업에 매년 수천억 원씩 국고로 지원한다. 이제는 현재의 축산업과 상업적 어업, 수많은 생물종의 서식지를 파괴하는 개발 산업을 어떻게 전환할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동물을 비롯한 비인간 생명체들 역시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임을 인식하고 이들과 어떻게 관계 맺을지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소수가 전유한 공유부를 공평하게 나누면 불평등을 해소하고 모두가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그것이 곧 기후위기의 대응책이다. 그동안 인간이 아무 제한 없이 자연생태계를 이용해왔음을 반성하고, 지구생명체들이 각기 다른 경이로운 특성을 잃지 않고 각자 모습대로 인간과 상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생태적 종말을 막는 길이다.
사회에서 가장 낮은 위치에 있는 이를 대변하는 정치는 결과적으로 사회 모든 구성원의 권리를 향상시켰다. 마찬가지로, 인간에 의해 죽임 당하고 착취당하는 동물과 관계를 재설정하는 정치, 동물을 존중하는 정치는 인류를 비롯하여 모든 생명을 살리는 길일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정치는 인간의 자유를 넘어, 모든 지구생명체의 자유를 확대하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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