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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커밍」 가을호 ⑧ 노동의 변화, 기본소득과 어떻게 만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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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3.10.1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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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변화, 기본소득과 어떻게 만날까?



홍종민(전 알바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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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대회 둘째 날 오후 3시, ‘노동의 변화, 기본소득과 어떻게 만날까?’라는 주제로 개별세션이 열렸다. 전체세션은 모든 참가자가 함께 참여하는 세션이고, 개별세션은 동시간대 여러 세션 가운데 참가자가 선택해 듣는다. 

필자도 발표자로 참여한 이 세션은 이번 비엔대회에서 노동사회 변화를 집중적으로 다룬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좌장은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가 맡았다. 그는 이번 세션의 기획 취지가 첫째, 산업의 디지털 전환 등으로 인해 노동사회가 어떻게 변동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둘째, 변화한 현실에서 일하는 사람의 인권을 위해 기본소득이 해법이 되는지 알아보는 것이라 했다. 이어 박정훈 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 최승현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장, 홍종민 전 알바연대 사무국장, 전성신 사단법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 순으로 발표를 진행했다. 


을과 을이 싸우는 노동현실


박정훈 전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산업의 중심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동하며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극단적인 노동 유연화가 진행되었다고 설명했다. 라이더 노동의 예를 들며, 데이터를 소유한 중개업체와 데이터를 받아 일하는 라이더 사이를 현행 노동법과 사회보험제도가 적절히 중재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제도가 필요한 것이다. 박 전 위원장은 기본소득이 사업장 또는 취업 노동으로 보호하지 못하는 사람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사회보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극복할 한계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현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장은 ‘노동의 변화’를 네 가지로 정리했다. 노동의 디지털화, 비정규 노동의 일상화, 인구 구성의 변화,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가 그것이다. 이 변화들이 서로 얽히면서 일자리가 양극화되었고, 저숙련 노동과 고숙련 노동 사이 중간층 일자리가 급격히 줄었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누군가는 일이 많아 과로사하고 누군가는 일이 없어 실업자가 된다. 최 위원장은 기본소득이 노동시간을 줄이는 수단이 되고, 한편으론 창업효과를 발생시켜 일자리를 늘리고 노동의 협상력을 높일 거라 전망했다. 그러면 기본소득 정치의 전략은 무엇인가? 기존 ‘복지국가 프레임’은 완전 고용과 선별 복지라는 두 축을 전제한다. 고용에서 소외된 이들만 선별해 보호하자는 것인데, 지금 진행되는 노동의 변화에 대응하기 힘든 프레임이다. ‘기존 복지국가 프레임’을 넘어서서 노동자를 포섭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알바연대 전 사무국장인 필자는 한국에서 점점 심각해져가는 초단시간 노동자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산업 전환과 기술 발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지만 한국에서는 노동법 체계의 문제로 초단시간 노동자가 늘고 있다. 해외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초단시간 노동자 개념은 차별적이다. 또한 현 제도는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초단시간 노동자를 사용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즉 ‘을 대 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필자는 근로장려세제(EITC)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그리고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이 서로 대결하는 구도를 끝내기 위해서는 기본소득 같은 보편적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 발표자인 전성신 사단법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는 청년들을 도운 활동 경험을 소개했다. 전 대표가 있는 니트생활자는 취업 실패와 고립으로 불안하고 무력해하는 청년들이 스스로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전 대표에 따르면, 참가자들은 전에 ‘경제적 가치’가 없어 무용하게 여기던 일에 ‘주관적 가치’를 부여하면서 무력감을 해소했다. 또 자신과 서로를 돌보는 시간을 가지며 불안감도 조금씩 해소했다. 전 대표는 기본소득이 생긴다면 획일적이고 경쟁적인 가치 기준에서 벗어나 주체적으로 가치를 부여하는 활동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청년들이 무력감과 불안감에서 벗어날 거라고 말했다.


기본소득 정치는 어떻게 노동자를 설득할까


청중 질의 시간에 전성신 공동대표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 ‘니트’라고 하면 떠올리는 은둔의 이미지와 달리 전 대표의 단체가 벌이는 활동이 다채롭고 참신했기 때문이다. 전 대표는 활동을 시작한 계기와 왜 이런 방식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다른 발제자들에겐 기본소득 정치가 어떻게 노동자를 포섭할 수 있을지 질문이 던져졌다. 최승현 위원장은 기본소득 정치가 노동자들을 포섭하려면, ‘완전 고용을 전제하는 복지국가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완전 고용이 이미 불가능하기도 하지만, 고용을 복지체제의 중심으로 두는 인식 틀에 갇혀서는 기본소득의 상상력과 만나기 힘들다. 

박 전 위원장은 최 위원장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이것을 노동조합 내부에서 먼저 논의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본소득 정치가 노동조합 외부에서 자극을 줘 조합 내 논의를 촉발하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이 아니라 기본소득이 안전망


노동은 분명 변화하고 있다. 기술 발전으로 노동시간이 줄어들고, 통상노동 이외의 노동이었던 비정규노동이 통상노동이 되어 간다. 노동시장 내에 양극화가 일어나 고숙련 노동과 저숙련 노동 사이의 중간층이 사라졌다. 사람들은 고숙련 노동 일자리를 준비하다 좌절하고, 저숙련 일자리로 시작했다가 거기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에 기반한 복지체제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어, 보편적 사회안전망으로써 기본소득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노동의 변화가 곧 노동자의 기본소득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노동자들은 더 치열한 경쟁에 몸을 던져 변화된 현실에 살아남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기본소득 정치가 노동자를 설득하려 한다면 복지가 고용의 대가가 아니고, 고용에서 탈락한 사람만 구제하는 것도 아닌, 모두의 권리라고 말해야 한다. 누구든 휴식을 누릴 권리, 그걸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본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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