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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커밍」 가을호 ⑩ 다중적 위기 시대의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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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3.10.1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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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적 위기 시대의 기본소득


박유호(기본소득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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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차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대회 네 번째 전체 세션의 주제는 ‘다중적 위기 시대의 기본소득’이었다. 세션의 발표자들은 기후-생태 위기, 인공지능의 대두, 돌봄 위기라는 오늘날 주요한 세 가지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시하고, 기본소득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생태 위기에 대해서는 ‘유한성과 미래: 인간의 삶, 기본소득, 생태 위기’라는 주제로 조르헤 핀투 포르투갈 미뉴대학교 연구원이 발표했다. 인공지능의 대두에 관해서는 ‘자본의 인공지능과 기본소득의 과제’라는 주제로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이 발표했다. 마지막으로 돌봄 위기 문제는 ‘기본소득과 돌봄 위기’라는 주제로 알마즈 젤레케 뉴욕대학교 상하이 캠퍼스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유한성과 미래: 인간의 삶, 기본소득, 생태 위기(Finitude and Future: human life, basic income and the ecological crisis)


조르헤 핀투는 오늘날 생태 위기는 단순한 환경 파괴를 넘어 사회 위기, 경제 위기, 재난 상황을 동반하는 복합적인 위기이며 상호 영향을 주어 악순환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늘날 생태·사회적 위기에 대한 담론 경향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첫째, 엘리트만 보호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영화 ‘엘리시움’처럼 소수 부유층만 위기 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대응을 하는 것이다. 둘째, 위기 상황을 내면의 수양으로 극복하려는 방식이다. 사회문제에 대한 구조적 문제제기보다는 명상과 심리상담 등 개인 내면의 평화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셋째, 대응을 포기하고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방식이다. 네 번째 방식은 세 번째와 연결되는데, 오늘날 위기는 인간이 초래한 것이기 때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심판론적 경향이다.

핀투는 위의 담론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위기 대응을 막는 부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오늘날 다중적 위기는 서로 양의 되먹임 과정을 통해 위기 상황을 증폭시키므로, 문제해결 방식도 1930년대 뉴딜 정책 수준으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새로운 합의는 자연과 인간 그리고 기술이 상호협력하는 방식이어야 한다. 또 1930년대 뉴딜의 핵심 연결고리는 공공투자와 적정한 임금노동이었다면, 오늘날 새로운 합의의 핵심 연결고리는 기본소득이라고 제안했다.

핀투의 전망에 의하면, 기본소득을 통한 보편적인 소득보장과 사회참여 기회의 확대를 통해, 경제성장과 기후위기 대응이 대립한다는 대중의 인식을 바꿔, 대중을 기후위기 대응의 지지자로 만들 수 있다. 또 기본소득으로 여유 시간이 생기면 사회·정치적 참여가 늘어나, 생태 위기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위기를 개선할 가능성이 커진다. 

끝으로 인공지능 기술 발전과 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상실과 이윤 독과점 문제에 대해, 기본소득이 있으면 오픈소스나 공유지식 등 디지털 카피레프트 운동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운동이 활성화되면 기술혁신이 창출한 부가 독과점적 소유를 벗어나, 보다 정의롭게 분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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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의 인공지능과 기본소득의 과제


두 번째 발표는 기본소득당 교육위원장인 금민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소장의 발표였다. 금민은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산업에서 응용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적 논의는 활발하지만, 인공지능의 영향에 대한 정치경제학적 분석은 별로 없다고 짚었다.

금민에 따르면, 인공지능의 경제는 이른바 ‘시간의 경제’이다. 인공지능이 자본의 이윤창출에 기여하는 방식은 새로운 가치를 추가로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순환 주기를 단축하면서 시간 대비 이윤율을 높이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은 생산 영역뿐 아니라 재생산 영역에도 영향을 준다. 생산의 영역에서의 인공지능은 전반적인 임금노동의 영역을 축소한다. 재생산 영역에서 인공지능은 개인의 정보를 언제든 확보할 수 있는 감시체제의 가능성을 높인다. 

인공지능을 보유한 인공지능자본이 커질수록, 일자리 중심 분배정의는 무의미해진다. 인공지능자본이 원천으로 삼는 데이터는 생산 영역과 재생산 영역 전반에서 광범위하게 수집되는데,  누구의 기여를 통해 조성했는지 특정하기 어렵다. 기여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데이터는 공유지의 성격을 지닌다. 과거 자본가들이 공유지에 임의로 울타리치기(enclosure)를 했던 것처럼 현대 인공지능자본도 모두의 기여인 데이터를 임의로 활용해 부를 창출하고 있다.

금민은 인공지능자본이 기여에 따른 분배라는 자본주의 사회의 암묵적인 합의를 흐리며 부의 불평등을 심화시킨다고 비판한다. 그렇기에 기본소득의 필요성과 정당성이 선명해졌다고 본다. 임금노동 중심 분배체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오랜 관습이나 지금은 현실성도 정당성도 부족해졌다. 새로운 분배체제로서 기본소득을 검토해야 한다.  

다시 말해 기본소득을 단순히 인공지능과 자동화에 따른 실업 구제책으로 설명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의 기반인 데이터가 모두의 공유부라는 사실에서 기본소득의 권리를 주장해야 한다. 금민은 자본이 울타리치고 점유한 공유부의 권리 회복이라는 관점에서 분배 정의를 새롭게 합의하자고 제안한다. 


기본소득과 돌봄 위기(Basic Income and the Crises of Care)


마지막 발표는 ‘기본소득과 돌봄 위기’라는 주제로 뉴욕대학교 상하이 캠퍼스 알마즈 젤레케 교수가 진행했다.

젤레케에 의하면, 기본소득이 비영리적 활동을 촉진하고 기본적 품위와 상호의존성을 높이는 효과는 충분히 검증되었다. 그러면 기본소득의 그 효과가 돌봄 영역의 성평등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하다. 젤레케의 발표는 이에 맞춰졌다.

코로나 팬데믹 등 여러 사회 불안 현상 속에 돌봄의 위기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젤레케는 산업 자본주의가 등장할 때부터 이미 돌봄의 위기는 시작되었다고 진단했다. 젤레케는 또 자본주의 국가들이 각종 소득보장 정책과 사회서비스 정책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돌봄 영역에서 성평등 실현에 실패했다고 보았다.

젤레케는 기혼 여성의 돌봄 참여 기회를 경제력의 순으로 분석하면 U자형 곡선을 나타낸다고 했다. 돌봄 불평등은 그 곡선에 나타난다. 소득이 적은 여성일수록 가족 내 돌봄 책임을 전담하는 경우가 많다. 소득분위 중간에 위치한 여성은 생계활동에 나서야 해서 돌봄 권리가 제한된다. 돌보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소득분위에서 상층은 자율적으로 돌봄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 돌봄과 양육에 참여하는 기회가 커진다.

젤레케에 따르면, 오늘날 성별 불평등은 단순히 남녀 취업비중과 임금비중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경제적 역량과 사회적 위치에 따라 형태는 다르지만 전 범위에서 돌봄 불평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돌봄 영역에 개입하는 정책은 여전히 선별적이고 제한적이라 젠더 불평등을 해소하기 어렵다. 그래서 젤레케는 기본소득에 주목한다.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은 돌봄 영역에서 성별 간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돌봄에 참여할 조건이 생긴다. 

젤레케는 기본소득 운동과 정치가 돌봄에서 혁신적 전환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나가며


‘다중적 위기 시대의 기본소득’이라는 세션 이름에 걸맞게, 기후·생태위기, 인공지능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 만성적인 돌봄 위기에 기본소득이 어떤 해결책이 되는지 살펴보았다. 이러한 위기들은 독립된 위기이면서 동시에 복합적으로 얽혀 위험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이 문제엔 이 정책’이란 접근법으로는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 각각의 해법을 연결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한데, 기본소득이 그 해법일 수 있다. 기본소득이 서로 다른 대안들을 연결하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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