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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커밍」 가을호 ⑨ 공유지분형 기본소득이란 새로운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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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3.10.11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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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지분형 기본소득이라는 새로운 바람


양다혜(용혜인의원실 선임비서관)


‘문턱에 선 기본소득.’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대회(이하 ‘비엔 대회’) 이틀째에 열린 전체세션 제목이다. 대회 기간 일곱 번의 전체세션이 열렸는데 그 세 번째 세션이다. 여기서는 각국 기본소득 실험, 정책, 성과를 공유하고 과제를 점검했다. 이번 대회 슬로건인 ‘현실 속의 기본소득’과 가장 가까운 주제이기도 해서 뜨거운 논의가 펼쳐졌다. 

세션 기조 발표자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마이클 터브스 전 미국 스톡턴시장, 스콧 샌턴스 ‘베이직 인컴 투데이’ 편집장, 에이다 마르티네스 티나우트 스페인 카탈루냐주 기본소득 시범사업 데이터 분석관, 에두아르도 수플리시 전 브라질 상원의원 등 다섯 명이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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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마이클 터브스는 스톡턴시의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시장을 지냈다. 2017년 스톡턴시장으로 있으면서 터브스는 미국 지방정부로는 최초로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했다. 주민 125명에게 1년 6개월간 월 500달러의 기본소득을 지급했다. 

터브스 전 시장은 이때 기본소득이 시민에게 ‘항우울제’ 같은 효과를 낳았다고 증언한다. 조건 없이 돈을 주면 일할 의욕이 떨어질 거라는 우려와 달리, 기본소득을 받은 사람들의 전일제 일자리 고용률은 두 배로 늘었다. 더 나은 일자리로 이직하기도 했다. 다음 달 생계가 보장되고, 내가 굶주리진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더 나은 삶의 용기를 준다는 걸 터브스는 깨달았다.

그는 기본소득의 ‘무조건성’의 원칙이 인종주의나 성차별주의 같은 구조적 폭력에 대응할 힘을 준다고 이야기한다. “기본소득 ‘스토리텔링’의 힘이 여기 있다. 나와 달라 보이는 사람들, 곧 흑인과 여성과 이주자도 기본소득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누구든 기본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것이 기본소득의 스토리텔링”이라고 터브스는 말한다. 

미국에서 여러 기본소득 실험을 이끌어온 스콧 샌턴스도 스토리텔링의 힘을 강조했다. 스톡턴시의 실험은 미국 전역에 영향을 주었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전국 39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아동 1인당 월 250~300달러의 아동수당을 일정 기간 지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대응책의 하나였다. 스콧 샌턴스에 의하면 이는 ‘미국 최대의 기본소득 실험’이다. 아동수당이 제공되자 가난한 양육자가 혈장을 파는 사례가 줄었고 아동빈곤율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스콧 샌턴스는 기본소득이 실험에 머무르지 않고 정책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으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경험하고 각자가 겪은 이야기를 모자이크처럼 커다란 스토리텔링으로 펼쳐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설득하려면 시민의 눈에 보이는 ‘변화’가 드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스페인 카탈루냐 주정부가 시도하는 기본소득 시범사업도 흥미롭다. 카탈루냐 시범사업은 주민 5천 명에게 각각 월 800유로(한화 약 105만원)을 지급하는 계획이다. 시범사업 프로젝트에서 데이터 분석관으로 일하는 에이다 마르티네스 티나우트는 시범사업 추진 과정에서 부딪힌 어려움에 대해 들려주었다.  

먼저 에이다는 여러 선별적 복지제도가 있음에도 개선되지 않은 스페인 빈곤 현실을 지적했다. 카탈루냐주도 빈곤에 처해 있으면서 국가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크다. 그런 까닭에 카탈루냐 기본소득 시범사업 사무국은 빈곤을 실질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의 기본소득 모델을 설계했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담대한 도전은 정치적 반대에 부딪혔다. 기본소득 시범사업 예산이 카탈루냐 의회에서 부결된 것이다.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지지하며 연합했던 정당들 중 일부가 예산안 표결 과정에서 지지를 철회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대다수의 주민들은 여전히 시범사업을 지지다. 그리고 주민들은 기본소득 원칙 가운데 보편성과 개별성을 특히 지지한다. 무조건성에 대한 지지는 다른 지표보다 조금 낮다. 에이다는 시민의 지지로 정치적 반대를 이겨내려면 ‘왜 기본소득을 조건 없이 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시민을 더 설득해야 한다고 짚었다. 

브라질은 실은 세계 최초로 ‘시민기본소득법’을 이미 제정한 나라다. 룰라 대통령 첫 임기 중인 2004년에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예산 등의 문제로 시행은 미뤄두고만 있다. 법 제정에 앞장섰던 에두아르도 수플리시 전 브라질 상원의원은, 룰라 대통령의 재선으로 시민기본소득을 본격 실시할 순간이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룰라 대통령이 앞선 임기에서 실시한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가족수당) 정책은 이후 폐지되었다가 재선 후 부활했다. 가족수당 정책은 절대빈곤 가구를 크게 감소시켰고, 기아종식 선언을 가능하게 했다. 수플리시는 아이들을 위해 성매매를 하는 여성들과 빈곤 때문에 마약조직에 들어가는 청년들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기 위해 기본소득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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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분배 정치를 넘어 공유화 정치로


현실 속 기본소득을 향해 나아가는 각국 기본소득 운동가들의 고민은 그 색채는 달랐지만, 본질적 질문은 같았다. 


“‘수당’과 ‘실험’을 넘어 현실 속 기본소득을 실현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의 기본소득 원칙을 어떻게 시민에게 설득할 것인가?”


오랫동안 기본소득 진영이 부딪힌 질문이다. 이 오래된 질문이 반복되는 것을 보며 이 문턱을 어떻게 뛰어넘을지 필자도 고민했다.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다양한 개인의 스토리텔링이 펼쳐진다고 해서 현실 속 기본소득을 이끌어갈 동력이 생길지는 의문이었다. 그래서 기본소득당 용혜인 상임대표의 발표가 더 와닿았다. 용혜인은 한국 기본소득 정치의 한계와 고민을 짚고 자신의 대안을 제시했다. 

한국에서 기본소득 정치는 ‘재분배 정치’의 의미로 이해되었다. 하지만 용혜인은 재분배 정치의 한계를 넘어 기본소득 실현의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용혜인은 “조세형 기본소득 운동을 넘어, 공유지분형 기본소득 운동으로 나아가자”고 한다.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 주는 공유부 정신에 따라 조세형에서 공유지분형으로 기본소득 운동의 방향을 옮기고, 나아가 그 공유지분의 대상을 국가 전략과 연결하자는 제안이다. 

용혜인은 정부가 인내자본으로 전환적 과제에 투자해 혁신을 견인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투자 성과를 시민에게 배당하는 ‘투자국가 모델’을 제안했다. 이는 기본소득의 공유부 철학을 따르는 것이면서, 기후위기와 산업 전환 등 복합적 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추동하는 것이다. 용혜인은 공유지분형 기본소득이 단순한 재분배 정치로서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것보다 대중적 호소력이 더 클 거라고 주장했다. 세션에서 발표된 미국, 스페인, 브라질 기본소득 정책의 정치적 목표가 ‘빈곤퇴치’, 즉 재분배에 있다는 것과 비교하면 용혜인의 발표는 분명 다른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문턱에 선 기본소득’이라는 제목을 곱씹어본다. 그렇다. 10년 전 스무 살이던 필자가 기본소득을 처음 접했을 때 기본소득은 별나라 이야기처럼 들렸다. 10년이 흘러 기본소득은 어느덧 현실 속 정책으로 실현전략을 치열하게 논의하는 단계까지 왔다.

이 문턱에 다다르기까지, 기본소득 운동가들의 헌신도 있었지만, 기본소득을 요구하는 시대적 바람도 있었다. 한국을 비롯해 현실 속 기본소득 정책 시도들이 2017년~2018년에 불붙기 시작한 것은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위기 등 전환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다층적 위기가 소환한 기본소득을 새로운 사회계약으로 만들기 위해 기본소득 운동진영의 도약이 요구되는 때이다

따라서 용혜인 대표가 제안한 공유지분형 기본소득 운동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선별복지의 한계를 보완하는 보편복지로서 기본소득을 넘어, 용 대표의 제안은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는 21세기형 공유화운동이자 대안사회운동의 꿈을 담았다. 기본소득이 개인 삶을 어떻게 바꿀까에 더해,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논의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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