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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커밍」 여름호 (특집) 22대 국회에 바란다 [교육] 고착되는 학벌사회, 서둘러 교육개혁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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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4.06.26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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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홍 

방송대 법학과 교수


2024년 총선은 야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2년 정도 지난 시점의 선거인 만큼 현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서의 의미가 컸다. 따라서 윤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국민은 후보자의 소속정당을 중시했다. 그렇다고 각 당이 제시한 정책을 폄하할 수는 없다. 정당의 정책이나 공약은 비례대표 정당 선택 시 제일 중요한 고려사항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정당들이 제시한 고등교육정책 중 의미 있는 것을 추려보고, 제22대 국회에서 필요한 법률의 제·개정에 대해서 알아본다.

 

민주당의 공약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지역구 선거에서만 과반을 넘는 161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비례연합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까지 합치면 171석으로 압도적 과반수를 확보하고 있기에 법률의 제·개정에는 제일 유리한 고지에 올라 있다.


민주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공약 중 고등교육 관련 정책에는 ① 국가장학금(학자금) 지원구간 산정방식 개편 통해 불공평 요소 개선, ② 대학서열화 완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서울대 10개 만들기’ 추진이 포함되었다. ②에는 거점 국립대에 대한 집중 지원 명문화, 여타 국립대 및 지역 핵심 사립대 지원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학균형발전법」 제정이 포함되어 있다(제22대 국회의원선거 더불어민주당 정책공약집, 35쪽, 205쪽). 「대학균형발전법」은 종래 논의되었던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 중 재정지원에 관한 부분을 일부 대학(거점 국립대, 거점 사립대, 일반 국립대)에 한정하여 적용시키는 법률안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공약


국민의힘은 지역구 선거에서 80석을 확보했다. 여기에 비례의석을 합쳐도 과반수에 부족한 108석이다. 따라서 법률의 제·개정에서 불리하다. 다만 대통령의 공약을 지원해야 하는 여당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국가장학금과 근로장학금의 수혜 범위 확대를 내걸었다. 다른 정당에 비해 부실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약속한 국가장학금 50만 명 확대, 「사립대학구조개선법」의 제정, 지방정부에 대학 재정지원의 권한을 이양(혹은 위임)하는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의 개정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새진보연합의 공약


기본소득당과 열린민주당, 사회민주당 등이 연대했던 새진보연합은 2명의 비례대표 당선인을 배출했다. 숫자는 적지만, 고등교육과 관련한 공약은 자세하게 제시했다. 새진보연합의 고등교육 관련 정책은 ‘지역별 연합국립대 설립과 공동입학, 공동학위제 실시’, ‘학술교수제 실시’, ‘대학교육 무상화’, ‘고등교육 재정을 GDP 대비 2.2% 수준으로 늘려 고등교육의 질 향상’ 등이다(새진보연합 제22대 정책공약 자료집, 37-38쪽).


이중 연합대학 부분을 보면, ‘참여 희망 국립대, 국립대법인, 공립대, 사립대 모두가 참여하는 연합대학 설립, 연합대학은 공동입학제 및 공동학위제 실시, 연합대학 학사운영 및 산학협력사업 등을 수행하기 위해 연합대학 운영위원회와 총장을 두고, 교육부에 공동입시처를 설치하여 공동입학관리 업무 담당’ 등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학 무상교육 공약


총선 기간 내내 관심을 제일 많이 받은 것은 ‘대학 무상교육’이었다. 민주당은 기본사회 5대 공약에 ‘국립대·전문대 전액 무상, 사립대 반값 등록금’을 포함했다. “현행의 국가장학금 제도를 폐지하고 1단계로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고 5년 뒤 2단계로 대학 무상화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모든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의석 3석을 차지한 진보당도 “부유세, 횡재세, 상속세 강화로 세원을 확보하고 이 중 10조 3000억 원을 사용해 대학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라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무상교육의 개념과 규범적 근거


무상교육은 ‘교육의 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생겨난 것으로 학생에게 일체의 경비를 부담하게 하지 않고 무료로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무상교육 정도는 해당 국가의 형편에 따라 다르지만, 적어도 입학금과 수업료의 면제를 포함하고 있다.


의무교육은 무상교육의 대상이지만, 의무교육의 대상이 아니더라도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는 있다. 중등단계의 고등학교 교육은 의무교육이 아니지만,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고등교육도 무상교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가입하고 있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 따르면, “고등교육은, 모든 적당한 수단에 의하여, 특히 무상교육의 점진적 도입에 의하여, 능력에 기초하여 모든 사람에게 동등하게 개방되어야 한다”(제13조). 고등교육도 공공성이 인정되는 공교육인 만큼 무상교육을 점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무상교육은 상당한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아직은 기존의 법률을 개정할지 아니면 새로운 법률을 제정할지도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고등교육법」의 개정을 통해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방안이 있다. 더불어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과 같은 법률의제정을 통해 각각 실시하는 방안도 있다.


대학 무상교육을 실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고등교육법」에 대학 무상교육을 규정하는 방안이다. 이것은 국·사립 불문하고 대학에 대해 재정을 일반예산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을 채택하는 경우 모든 대학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사립대학의 거버넌스나 제정·회계의 투명성·공정성을 규정하는 제도의 도입이 어려워지면 오히려 국립대학의 무상교육까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별개로 무상교육을 추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대학 무상교육의 한계


고등교육이 사립대학 위주로 구성된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사유재의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대학 무상교육은 고등교육의 공적 효과를 높여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고착화된 학벌사회에서 대학 무상교육을 통해 공공성을 강화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은 중등교육(중학교, 고등학교)의 무상화가 공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고등학교 교육까지 무상교육이 실시되고 있지만, 다수의 학생들은 중등교육에서 무시되거나 배제되고 있다. 중등교육은 서열 높은 명문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으로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학벌사회, 대학서열화 그리고 입시위주의 교육이 그 원인이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사교육비를 유발시키고 있다. 엄청난 사교육비는 서열 높은 대학, 취직 잘되는 학과,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욕망의 달성 수단이다. 공교육이 붕괴된 상황에서 무상교육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무상교육의 효과를 강화하려면 학벌사회의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학벌사회와 대학의 서열구조’가 교육문제의 뿌리인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은 특권대물림 또는 신분 상속의 수단이 되고 있다. 따라서 대학 서열의 완화 정책 혹은 대학의 평준화정책이 고등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가져오는 핵심적 방안이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공유대학 사업의 성과와 한계


문재인정부는 대학 서열의 완화를 위해 ‘대학 네트워크’(‘국공립대 공동운영체제’와 ‘혁신강소대학 네트워크’)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정책 집행단계에서는 공동학사를 염두에 둔 공유대학 사업으로 구체화되었다. 공유대학은 공유성장을 위한 대학 체제의 개편 방안으로 대학의 유·무형의 자원을 공유하여 대학들이 함께 상생·발전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예를 들어 USG공유대학(University System of Gyeongnam) 사업에서는 복수의 대학이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교육프로그램(예를 들면 제조엔지니어링, 제조ICT, 스마트 공동체 등)을 설정하고 교원과 학생을 모집하여 공동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했다. 이러한 공유대학 사업은 “대학 서열화에 대한 인식을 다소 완화”시키고, “지역 대학들의 고등교육의 질을 균등하게 높이는 계기”를 제공했다.


그러나 공유대학 사업은 대학 네트워크의 구축이 대학 서열체제 완화를 위한 사업이라는 점, 핵심적 내용으로는 공동학사, 공동학사에 대한 인증평가가 핵심이고 이를 기반으로 공동입시로 나간다는 방향성을 명확히 하지 못했다. 또한 공유대학의 대상 전공 역시 소수의 산학협력 학과나 전공을 중심으로 편성되어 산업인력의 양성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권역별 연합대학과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의 개정


대학 서열을 완화하고 지방대학의 발전을 꾀할 수 있는 정책으로 권역별 연합대학 육성을 깊이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정부의 글로컬사업이나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사업으로는 대학 서열을 완화할 수도 없고, 지역과 지방대학의 상생 발전도 어렵다. 오히려 권역별 연합대학을 본격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학과 사립대학, 일반대학과 전문대학이 협력하고 연합하여 서울-수도권 대학 이상의 연구·교육 역량을 갖는 권역별 연합대학을 육성하여 평준화에 준하는 효과를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공동학사의 규모를 확장하면서, 공동학위와 공동입시가 가능한 연합형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권역별로 지역대학혁신체제 구축을 주도할 법인(특수목적법인)을 설치하고, 법인 산하에 연합대학운영위원회와 연합대학 총장을 두어 연합대학의 공동학사공동학위업무를 주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권역별 연합대학의 구축과 안정적 운용을 위해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 



이번 총선에서 대학 무상교육이 고등교육의 이슈가 된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의 입장이 선거 이후에도 유지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통상 교육문제는 워낙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 같아서 풀기가 어렵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학벌사회가 고착되고 안주하는 경향까지 있다. 그러나 교육문제를 풀지 않으면 국가의 존립도 어려워질 수 있다. 제22대 국회의 과감한 입법작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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