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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커밍」 여름호 (시론) 기본소득은 다가와, 거세게 커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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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4.06.2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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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준호

《인커밍》 발행인

당 대표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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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su-su-supernova


미국 나사(항공우주국)가 5월 19일 공식 에스엔에스에 ‘su-su-susupernova’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일은 국내에도 화제가 됐는데, 걸그룹 에스파의 신곡 ‘슈퍼노바(supernova)’에서 가사를 빌렸기 때문이다. 슈퍼노바 곧 초신성超新星은 별이 폭발하면서 평소 수억 배 밝은 빛을 내는 현상이다. 나사는 별이 폭발하며 칼슘, 철분 등 원소를 우주에 퍼뜨려 새로운 별과 행성의 재료를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아무튼 나사도 슬쩍 기댈 만큼 에스파의 인기는 세계적 아니 우주적인 듯하다.


‘슈퍼노바’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어 듣고 있는데, 곡을 음악적으로 평가할 지식은 없지만, 가사만큼은 독창적인데다 ‘과학적’이라 평가하고 싶다. 특히 이 부분이다.

 

사건은 다가와 Ah Oh Ay

거세게 커져가 Ah Oh Ay

질문은 계속돼 Ah Oh Ay 

우린 어디서 왔나 Oh Ay


이탈리아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2018년에 낸 책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에서 우리가 아는 ‘시간의 흐름’은 관념일 뿐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세상은 ‘사건(event)의 총체’이다. 우리는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이어지는 연쇄적 과정을 보며 ‘시간이 과거-현재-미래로 흐른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본질은 ‘사건의 네트워크’이다. 


흥미롭게도 에스파의 신곡도 초신성을 ‘사건의 다가옴’으로 묘사한다. 근원적인 사건은 연속적으로 무수한 사건들을 일으킨다. 그 연쇄작용은 일파만파 커져간다. 우리의 기원은 어디인가. 직전의 사건인가, 그 이전 수많은 사건‘들’인가. 이것은 세상에서 우리의 위치를 이해하려면 피할 수 없는 질문이다. 


정치공동체 역시 수많은 사건이 상호작용하여 만들어 낸 결과다. 앞서 살아간 사람들은 각자 합리성에 따라 행위를 선택하지만, 그 행위들이 오래 축적되면 종종 부정적인 결과로 나타난다. 값싼 화석연료를 대량 이용하라. 성장 가능성이 커 보이는 산업과 기업에 집중하라. 복지제도에 예산을 들이지 말고, 집값을 올려 국민의 표를 얻어라. 이런 선택들이 쌓여 기후위기, 경제 양극화, 부동산가격 폭등을 불렀다. 계속 이 방향대로 가다간 모순이 누적돼 파국을 맞는다. 그런데 사건 각각에 대증요법으로 대처해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과거의 정치공동체에선, 사건의 방향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는 초신성 같은 대사건들이 일어나곤 했다. 흔히 ‘혁명’이라 부른다. 이러한 대사건은 낡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출현시킨다. 이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일어날 때는 많은 희생 역시 뒤따른다. 성숙한 민주주의 사회가 된다는 건 누적된 문제를 혁명보다 덜 폭력적이고 더 이성적인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뜻이다. 그것이 ‘개혁’이다. 때를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추진한다면, 개혁은 혁명만큼이나 효과적으로 사회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22대 총선 ‘개혁연합’위한 우리의 노력


22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우리 곧 기본소득당은 이 선거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대한민국 전환적 개혁의 시작’으로 만들기로 다짐했다(《인커밍》 2024년 봄호 시론 ‘그들의 나라를 넘어 모두의 대한민국으로’ 참고). 기후변화, 저출생, 양극화, 지정학적 불안을 마주한 대한민국이 붕괴를 피해 모두를 위한 더 나은 공동체로 혁신하려면 20~30년을 바라보는 대전환의 사회개혁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22대 국회는 그 개혁에 착수할 ‘골든아워’다. 그런데 개혁을 시작하려면, 개혁을 방해하고 모든 면에서 ‘역주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해야 했다.

 

하기에 우리는 윤석열 정권 심판과 전환적 국가개혁을 기조로 하는 ‘민주진보 선거연합’ 결성에 사활을 걸었다. 그래서 지난해 말 ‘개혁연합신당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다. 진보적 소수정당인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 등이 뜻을 함께 했다. 올해 2월 3일에 기본소득당 당명을 ‘새진보연합’으로 바꾸었다. 필요하면 우리가 선거연합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였다.


우리의 목표는 전체 민주진보야권의 단결이기에, 더불어민주당이 긴 주저함을 끝내고 비례연합정당 창설을 제안했을 때 흔쾌히 동참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더불어민주연합’이다. 이는 민주진보야권(더불어민주당, 진보당, 새진보연합)의 비례선거연합이다. 민주진보야권은 비례선거와 지역구선거 모두 단단하게 연대했고, 조국혁신당의 돌풍도 겹쳐 ‘범야권 192석’이라는 대승리를 만들었다. 국민과 민주진보야권이 함께 이룬 승리다.

 

총선에서 기본소득당은 초지일관 민주진보 대연합을 주장했고 또 실천했다. 거대 양당이 ‘준연동형 선거제 폐지, 병립형 선거제로 회귀’를 합의하지 못하도록 비판하고 설득했다. 또한 비례연합정당의 공동공약 작성에 적극 참여했다. 기본소득 도입, 탄소세 신설, 재생에너지의 획기적 확대, 대통령중임제·결선투표제를 포함한 헌법개정을 공동공약에 포함시켰다. 세 정당은 공동공약을 작성하며 열띠게 토론했고, 이 과정을 거쳐 선거연합은 ‘개혁연합’으로 발전했다.


새진보연합은 더불어민주연합에 세 사람의 비례대표후보를 추천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공동대표, 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경제비서관이다. 용혜인, 한창민 두 당선인은 각자 당으로 복귀했다. 기본소득당은 22대 국회에서도 원내정당이 되었으며, 연합정치의 기반을 확보했다. 그뿐 아니다. ‘험지 중의 험지’ 대구 수성구을에서 필자가 민주야권 단일후보가 되어 선거를 치렀고, 15.6퍼센트라는 득표율로 선전했다. 기본소득당 후보의 출현은 투표를 포기할 뻔한 수성을 민주진보 유권자를 투표장에 불러내어 범야권의 승리에 기여했다.


우리의 실력을 키워야 개혁도 가능하다


그러나 야권의 선거 승리는 출발점에 불과하다. 새 국회는 대한민국을 바꿀 초신성 같은 개혁국회가 될 수도 있지만, 정부여당의 몽니와 아집에 끌려다니는 무력한 국회가 될 수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총선 후에도 국정기조를 바꿀 의사가 전혀 없다. 대통령은 여전히 사정기관을 앞세우고 거부권을 휘두르며 그리고 방송장악에 의지해 국면을 돌파하려 한다. 하기에 연합정치는 계속되어야 한다. 또한 거대 야권이 개혁의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각성시키고 견인하는 역할을 누군가가 맡아야 한다.


기본소득당은 그 역할을 맡으려는 의지가 있다. 그러나 냉정하게 평가할 때 우리의 실력은 아직 부족하다. 21대 국회에서 1석 정당이었던 우리는 22대에도 현상 유지에 그쳤다. 범야권 선거연합 국면을 여는 데 앞장서고 공동공약 개발을 주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하기에는 우리의 협상력과 발언권이 미약했다. 우리는 아직 너무 작은 정당이다. 당의 정치 역량과 조직 기반을 강화하는 일이 핵심 과제라는 걸 이번 총선은 뼈저리게 가르쳐주었다. 당의 정치 역량, 조직 기반 강화가 절실한 이유는 다음 선거를 대비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22대 국회 내에 대한민국의 전환적 개혁을 완수하여 우리와 후손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다. 우리는 ‘개혁연합’을 이끌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이 당헌을 개정한 이유다. 6월 2일 당 대의원대회는 당헌 전면개정안을 의결했다. 핵심 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지도체계 개편’이고 또 하나는 ‘조직체계 개편’이다. 지도체계 개편은 ‘상임대표와 복수의 공동대표’로 구성되는 현재의 대표단 체계를 ‘대표와 다섯 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하는 최고위원회 체계로 변경하는 것이다. 선출된 최고위원들은 각자 전문 분야의 사업계획을 가지고 당의 정치활동을 확장할 것이다. 또한 ‘청년최고위원’을 따로 두어 청년들과 소통을 늘리고 청년들의 문제의식을 당에 지속적으로 반영하려고 한다.

 

조직체계 개편에서 핵심은 ‘지역위원회 신설’이다. 현재 당 체계는 크게 중앙당과 시·도당위원회로 구분되고 신입당원은 거주지가 있는 시·도당위원회에 소속된다. 그런데 당원들이 늘면서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다른 당원과 교류하고 함께 활동하고 싶다는 요청이 커졌다. 지역위원회는 국회의원 선거구(또는 시·군·구)를 기준으로 당원 30명의 동의를 얻어 만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기본소득당 서울은평구위원회’ ‘기본소득당 전남목포시위원회’ 등이 가능하다. 당원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하는 생활·학습·정치 공동체가 우후죽순 생겨나길 바란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변화다.


이 같은 변화의 시작이 될 당 대표·최고위원 선거가 6월에 치러진다.


다시 한번 치열하게 희망하자


이번 호의 주제는 ‘제22대 국회 인커밍’이다. 새로 열리는 국회가 초신성 같은 개혁국회가 되기를 바란다. 새진보연합의 두 당선인, 용혜인(기본소득당 의원)과 한창민(사회민주당 의원)이 그 과제를 잘 받아안고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그런 취지로 두 당선인과 대담하여 총선에 대한 평가와 향후 구상을 자세히 들었다. 한편 청년최고위원에 출마한 노서영(서울시당위원장)을 인터뷰했다. 청년 당직자에서 이제 청년 정치인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그의 포부를 인터뷰에 담았다.


22대 국회가 반드시 실시해야 할 개혁 입법과제와 정책과제에 대해, 다섯 전문가로부터 소중한 기고를 얻었다. 기본소득당의 핵심 목표인 ‘기본소득 도입’에 대해 강남훈(사단법인 ‘기본사회’ 이사장)은 부자감세 철회와 ‘기본소득기여금 신설’을 통한 실현 방안을 새롭게 제안한다. 이주희(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민의 노동권과 돌봄권을 함께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혁신되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핵심은 ‘평등’이어야 한다.

 

김기태(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부설연구소장)는 기본소득운동과 사회적경제가 결합하는 방향에서 참신한 정책들을 제안하고 있다. 임재홍(방송대 법학과 교수)은 고착화된 학벌사회와 대학 서열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대학 무상교육’과 ‘권역별 연합대학 설립’을 제시한다. 끝으로 김창보(전 서울시 공공보건의료재단 대표이사)는 지금의 ‘의대정원 확대’ 논의에서 빠진 것을 지적하며 공공보건의료 인프라 확충과 ‘국민 주치의제도’의 단계적 실시를 주장한다. 기본소득당뿐 아니라 민주진보 정당들이 이 과제와 제안을 공동으로 추진하길 간절히 바란다.

 

총선을 돌아보는 원고들도 받았다. 딱딱한 평가가 아니라, 직접 선거운동 현장에 발로 뛴 당직자와 당원들의 생생한 소감이다. 대구 수성구을 선거운동에 관해서는 홍순영(오준호 선본 유세팀장), 권서진(청년·대학생위원회 운영위원)이 썼다. 더불어민주연합 비례후보 선거운동은 용혜인 후보와 동행한 양다혜(수행비서)가 썼다. 이들의 기록 덕분에 힘들었던 선거운동에서 소중한 의미를 발견한다. 그밖에, 총선에서 기억하고 싶은 장면들을 사진에세이로 정리해준 김한별(인천시당위원장), 당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청년사업인 ‘햇빛바람농활’을 소개해준 윤김진서(청년·대학생위원장)에게 감사한다.



22대 국회 4년 동안 기본소득이라는 ‘사건’이 다가오기를(‘인커밍’), 그리고 ‘거세게 커져’가기를 희망한다. 이반 일리치에 의하면 ‘기대’와 ‘희망’은 다르다. ‘기대’가 정해진 결과가 산출될 거라는 단순한 믿음이라면, ‘희망’은 그 무엇도 확정되지 않은 일을 향해 노력하는 윤리적 태도이다. 우리는 다시 한번 치열하게 희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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