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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커밍」 여름호 (특집) 22대 국회에 바란다 [사회적 경제] 국회가 개인의 ‘필요’와 국가의 ‘포용적 혁신’이 만나는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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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4.06.2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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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한국사회적경제연대회의 부설연구소장


기본소득과 사회적경제가 만난다면?


기본소득이란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진보정치에서 다른 아젠다를 들고 나왔네’라고 생각했다. 코로나19 시기에 기본소득이란 말이 대중화되어 갑론을박이 있을 때에는 ‘1인당 월 50만 원이면 현재 국가전체 예산 600조가 들어가는데, 가능할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2022년 초까지 기본소득은 나의 삶과 크게 상관없는 일종의 타자였다. 열심히 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는 쳐 주지만, 내가 크게 관여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 이런 생각이 아마 대다수의 중도, 진보의 사고방식이 아닐까 싶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왜냐하면 우리는 본의 아니게 ‘노동의 가치’를 너무 신성시하는 사회에서 살았다. 진보는 불로소득을 기대하거나 가혹한 착취를 일삼는 자들을 비판할 때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노래를 불렀다. 한편 수구보수와 자본가들은 구체적인 상황은 모조리 무시하고 “노동을 안 하면 절대 돈을 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기본소득이라고? 일하지 않아도 정부가 돈을 준다고? AI 로봇의 등장과 SNS 소비자의 역할 등의 여러 가지 근거를 읽어도 마음이 크게 동하지 않았다. 개인의 체험과 그동안 뱉어 놓았던 말이란 게 이렇게 무섭다.

 

그러다 올해 들어 22대 국회가 무슨 일을 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회적경제의 정책들을 어떻게 공약에 반영해야 하나 생각하다 보니, 기본소득의 강점과 사회적경제의 강점을 잘 섞으면 새로운 비전과 대중이 잘 동의할 수 있는 논리가 나오겠다는 느낌이 확 다가왔다.


생활인의 삶을 이해하고 국가 비전을 경쟁하는 국회로


기본소득운동은 국가, 특히 중앙정부의 역할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데 주목하고 노력해 왔다. 반면 사회적경제는 주로 지역에서 사회경제 문제가 일으키는 바람을 가장 앞에서 맞으며 고통받는 사람들의 벗으로 활동해 왔다. 기본소득이 종적인 영역에서 강하다면 사회적경제는 횡적인 영역에서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소득운동은 전 국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도 연속적인 발전 과정에 조금씩 유입되는 대중의 조직화는 취약할 수 있다. 한편 국가가 국민의 문제를 책임져야 한다고 믿는 한국의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사회적경제는 전 국민적 아젠다를 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기본소득운동과 사회적경제운동이 화학적으로 연대한다면 각각의 강점과 약점을 잘 보완할 수 있지 않을까?


거대정당들은 언제나 국가적 미래비전과 서민의 삶을 이야기해 왔다. 하지만 그들은 언제나 ‘성실하고 애국적인 국민’만을 전제로 아젠다를 제시하고, 한반도에 사는 사람들을 그렇게 호명해 왔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나를 포함하여 진보와 보수가 모두 그랬다. 그리고 서로를 향해 불성실하고 비애국적이라고 편을 갈라 싸워왔다. 그 싸움은 수구보수의 절대적 우위가 약해지면서 더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20대 국회와 21대 국회에서 탄핵과 정권교체가 연달아 이뤄지면서 이런 싸움은 더 심해졌다.


그리고 그런 성실성 경쟁은 새로운 아젠다를 제기하는 소수파들에게 큰 피해를 주었다. 유럽에서는 보수정당들이 주도해 온 사회적경제마저 한국 수구보수 진영에게는 ‘빨갱이’에 불과했다. 미국 벤처캐피탈도 필요성을 절감하는 기본소득도 마찬가지다. 진보진영도 다르지 않았다. ‘사장(?)’이 되기도 해야 하는 사회적경제운동은 개량주의처럼 여겼고 기본소득도 의심이 가득한 눈으로 보았다.


그러나 실제 대부분의 생활인들은 자신이 처한 삶을 살아낼 뿐이다. 크든 작든 희망과 절망을 반복하며 살아가고, 어느 때는 엄청난 에너지로 일하다가도 어느 때는 한없이 게으르고, 언젠가는 한국의 발전에 국뽕이 차오르다가도 지나고 나면 개인의 생활 속으로만 파고든다.

 

나는 22대 국회가 한국에 사는 대부분의 생활인들의 삶을 깊이 이해하고, 그들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합리적인 대화가 되는 장이기를 바란다. 또한 국회는 국가 발전의 비전을 만드는 발전소이기를 바란다. 세계화된 상황에서 국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와 그 구성원의 발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래 국가비전은 대통령과 행정부에 바라는 것이 정상이지만, 그들이 그 역할을 하지 않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국회의 정당들에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정당들이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국가비전을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그 혁신적 비전이 말잔치로 머물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모임들과 함께하며 구체적인 제도와 정책으로 빚어지기를 바란다. 


이것을 둘러싼 토론이 이뤄지면 국회의 논의 수준이 유치한 말싸움에서 벗어나 좀 더 성숙해지지 않을까? 당장은 야당부터 논의를 시작하면 좋겠다. 예를 들어 ‘10대 포용적 혁신 비전 분야 6대 정당 공동정책플랫폼’을 만들면 좋겠다.


기본소득과 사회적경제가 함께할 아젠다


22대 국회에 여러 건의 특검법이 상정될 예정이라 정국이 뜨겁게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기적인 상황에 잘 대응하는 한편, 포용적이고 혁신적인 비전과 그를 뒷받침하는 법제도 개발을 위한 장기적인 협의 테이블을 필수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의 정치가, 한국의 국회가, 한국 그 자체가 저출생·고령화와 기후변화라는 필연적으로 닥쳐올 위기를 헤쳐나갈 가능성과 힘을 가질 수 있다.


22대 국회에서 기본소득운동과 사회적경제운동은 다음의 아젠다에서 입법과 정책의 성과를 내었으면 한다. 사회운동은 상상력과 선명한 주장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국가적 제도 안에서 활동하면서 성과를 내야 국민적 동의가 커진다. 이런 관점에서, 대다수 국민의 삶과 연계되어 있고 실행가능하며 국민에게 혜택이 직접 돌아가는 과제를 엄선해야 한다.

 

첫째, 국가와 지방정부와 사회적 공유자산이 국민 삶에 제공하는 혜택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만들자. 예를 들어 햇빛발전협동조합에 1천만 원을 출자하고, 65세 이상으로 수도권에 살며, 1년에 한 번 치과 스케일링을 하고, 국민연금을 수령하는 개인이 있다고 하자. 이런 개인이 사회보험, 정부 예산, 공기업 등을 통해 얼마의 혜택을 받고 있을까? 개인이 내야 할 세금을 계산하기 위한 정보는 너무 잘 수집되고 취합되고 분석되고 있다. 사회적경제가 만들어 내는 사회적가치도 측정되고 국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이런 국가·사회적 혜택에 대한 정보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기본소득에 대한 과도한 우려도 줄어들 것이다.


둘째, 국민의 절반 정도는 햇빛 혹은 풍력 발전기업의 공동소유주가 되고, 공유자산의 배당을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를 정비하자. 국민 모두의 필수재인 에너지가 소수의 돈벌이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속에서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약속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를 지키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햇빛발전, 풍력발전에 참여할 자본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국가나 지자체가 기금을 조성하여 빌려줄 수 있다. 재생에너지 개발 이익으로부터 국민이 배당을 받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경제가 창출한 일자리가 늘어나면, 사회적경제와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적 이해 수준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셋째, 올해 통과된 지역사회 통합돌봄법이 제대로 기능하도록 후속작업에 만전을 기하자. 어르신들의 노후가 누군가의 돈벌이 통로가 되어서는 안된다. 돌봄이 필요한 이들은 지역사회의 관계망 속에서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 경력단절여성, 청년, 퇴직한 젊은 어르신들에게 주 15시간의 근무와 기본소득, 자원봉사 참여 기회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지역사회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농산어촌은 지역사회통합돌봄이 제대로 작동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미래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시장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이 영역에서 기본소득과 사회적경제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넷째, 지방부터 사회주택이 늘어나도록 만들자. 그동안 주택정책 논의는 주택을 삶의 공간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에게 너무 기울어져 있었다. 그리고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놀랄 만큼 사회주택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 사회적금융과 주택정책을 함께 논의해야 하고, 사회주택에 관한 논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새 국회는 사회주택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입법적 노력을 해야 한다. 사회주택이 확대되면 도시 1인 가구 주거비를 줄일 수 있고, 이는 기본소득의 현실성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높여 줄 것이다.



‘눈 떠 보니 선진국’이던 나라가 눈 떠 보니 후진국이 되지 않도록 지속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정치혁신과 경제 기술적 혁신은 물론 사회혁신도 중요하다. 혁신의 과실을 소수가 가져가지 못하게 하고, 다수의 생활인의 삶에 혁신과 그 성과가 스며들도록 ‘포용적 혁신’의 국가비전이 명확히 그려져야 한다. 그 비전과 정책이 우리 옆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사회적경제조직들을 통해 실천적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22대 국회가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큰 발걸음을 디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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