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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봄호】대전환은 의미 있는 작은 혁신부터_윤형중(LAB2050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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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3.04.27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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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은 의미 있는 작은 혁신부터



윤형중(LAB2050 대표)




기본소득당에서 발간한 정책전문지 <인커밍>; 창간호를 흥미롭게 읽으며 새해를 맞이했는데, 2호에 바로 기고할 기회를 얻을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늦었지만 창간을 축하드리고, 정치가 우리 삶을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하기가 어려운 이 시국에 <인커밍>;이 희망을 불러들이는 역할을 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이번 호의 기획 주제는 ‘경제적 전환’이라 들었다. 한국 경제가 처한 복합 위기 국면에서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전환할 것인가를 제안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실로 어려운 주제고, 진단과 대안 모두 다른 필자들과 내용이 겹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래서 좀 다른 얘기들을 해보고자 한다.


사회 전환을 이뤄야 경제도 바뀐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사실 경제만의 위기가 아니다. 경제 위기의 근저엔 사회의 위기가 있다. 기본소득당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제적 위기가 단순히 현재 직면한 고물가와 고금리, 이어진 금융 불안만을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경제(經濟)란 단어의 뜻도 ‘세상을 잘 다스려 사람들을 구한다’는 의미다. 작금의 고물가·고금리·금융위기가 오기 이전에 이미 불평등과 기후위기가 심화하고 있었고, 경제는 정체 국면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있었다.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한국의 몇몇 대기업들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저출생을 기록하고 있고, 기후 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넘어 늦은 기후 대응으로 국내 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위협을 받고 있었다. 다시 말해 사회의 위기가 경제의 위기로 전이된 것이다.  

한국 경제의 성공 역시 한국 사회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고성장을 구가했던 시절에 정부는 특정 대기업들에게 자본을 빌려줄 뿐만 아니라, 사업 기회마저도 배분하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핵심 주체가 정부와 대기업만은 아니었다. 기업이란 배가 잘 운행할 수 있었던 배경엔 안 보이는 곳에서 죽어라 노를 저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워낙 근면 성실하기도 했지만 열악한 곳에서 근면을 강요당한 측면도 있었다. 또한 교육을 통한 계층이동성이 높은 사회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교육 수준이 높았고, 새로운 것을 빨리 받아들이고 적응력이 뛰어난 특징이 있었다. 이런 특징은 경제적 발달 단계가 고도화되고, 주력 산업이 중화학 공업과 IT 산업으로 바뀔 때 높은 적응력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이후 노동 부문의 이중구조가 심화된 이후에도 경제는 지속 성장했다. 대기업들은 자동화의 비율을 높이면서도 비정규직을 늘렸고, 그들이 주도한 사내 하청과 외주화는 전사회적으로 만연해졌다. 이런 구조에서 대기업들은 지속 성장하고 성과를 냈던 것이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대기업을 정점으로 직원들 뿐 아니라 비정규직과 사실상 직접 감독을 받는 사내하청, 외주로 일감을 받은 중소기업들까지 체계적이면서 목표 지향적으로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런 ‘위계적 협력’에 여러 주체들이 적극 참여했던 결과 한국 경제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반면에 이런 성과에도 불구하고 참여 주체들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다. 곧 경제 성장과 함께 양극화와 일자리 불안정성 증대란 어두운 점이 동시에 존재했다. 또한 경쟁의 일상화로 인해 경제적 성과를 냈지만,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았고 이는 주관적 행복 수준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율과 가장 낮은 저출생 현상으로 표출되었다. 

이렇게 경제의 리스크 요인도 우리 사회의 특징과 경제적 성장을 이끈 경로와 관련이 깊다면 마찬가지로 작금의 경제적 위기를 극복하는 힘도, 또한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동력도 사회에서 나올 것이다. 경제 위기는 ‘경제적 전환’만으로 극복할 수 없다. ‘사회적 대전환’이 전제되어야 한다. 


불확실성 시대의 초입에 들어선 한국 경제 


작금의 한국 경제가 맞이한 시기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불확실성 시대의 초입’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듯하다. 코로나19 이전의 구조적 문제들을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하나도 하지 못한 상태로 아직 문제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엄청난 과제들이 다시 밀려들고 있는 형국이다.

일단 코로나19가 진정되면서 이어진 생산 회복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롯된 에너지 위기로 에너지 가격 상승을 비롯한 물가 전반이 높아지는 현상이 전세계에서 나타났고, 이로 인해 미국 연준을 필두로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높여가고 있다. 그랬더니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 오르기만 하던 자산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한국은 자산시장 중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르는 바람에 서민들의 주거가 불안해지고 청년들이 결혼을 꺼리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그러다가 자산시장이 위축되는 국면엔 전세계에서 유일한 ‘전세 제도’로 인해 사적 대출인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고, 이 때문에 정부가 부동산 부양책을 서둘러 내는 상황이다. 부동산PF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뇌관이다. 올해와 내년에 채권 만기가 상당수 몰려 있고, 미분양이 계속 증가한다면 언제든 시스템 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비롯된 에너지 위기는 유럽만큼 대두되진 않았지만, 한국 경제의 잠재적 리스크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의 경우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 또한 지자체들이 상당한 완충 역할을 하면서 전기료, 가스료, 공공요금 등이 바로 급등하진 않았지만, 더 이상 완충할 만한 여력도 없을 뿐만이 아니라 한 기업의 재무건전성이 채권시장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된 바도 있었다. 

문제는 우리가 제한적인 영향력만 가지고 있는 국제관계의 틀도 바뀌어 간다는 점이다. 최근 정치적·외교적·안보적 목적을 위해 경제적 수단을 활용하는 지경학(geoeconomics) 현상이 대두되고 있고, 미국은 자국 중심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재편 중이다. 바이든 정부는 집권 초기 부자 증세와 대대적인 재정 지출로 마련한 재원으로 국가 주도의 산업전략 계획인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을 추진하려 했고, 인플레이션 국면에 이 내용을 조금 바꿔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을 발표했다. 사실 조금만 뜯어보면 이 법은 좀 이상하다. 인플레이션을 감축한다면서 오히려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대대적인 투자를 하겠다니, 한국이었으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엇박자를 낸다고 보수 정치인의 지적을 받을 것이다. 실제 1년 전 대선 때 안철수 의원(당시 국민의당 후보)이 그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도 생각이 있다. 오히려 굉장히 유연한 사고의 결과물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을 감축하기 위해 세수입을 강화했다. 법인세를 더 거두고, 기업이 자사주를 사면 소비세를 별도로 부과한다. 한국의 물가 대책이 늘 조세감면인 것과는 정반대다. 더 중요한 문제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한국의 자동차, 배터리, 반도체 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 설립을 사실상 강요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들과 첨단 산업을 자국에 유치하려고 인센티브와 국제적 영향력을 모두 동원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엔 일자리도 줄고 부가가치도 감소한다. 더 나아가 한국 경제와 더 깊이 있게 연결된 중국과의 관계에도 어려움에 처한다. 과연 한국은 양대 세계 최강국을 상대로 어떻게 현명한 처신을 할 수 있을까. 윤석열 정부의 잇따른 외교 참사를 접할 때마다 과연 이 정부가 이런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은 커져만 간다. 

기후위기는 지구 생명체의 존망과 관련된 문제이면서 동시에 단기적으론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다. 유럽연합은 2023년 10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범 실시, 2026년부터 본격 실시한다고 예고한 바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 문제에 대한 대비 수준이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은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제철 등 에너지 과소비 제조업이 발달되어 있고 이들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도 상당하다. 공정 내에 탄소 배출을 줄이는 비용도 상당히 들어간다. 특히 제철의 경우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신기술을 확보해야만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기업 단위에서 대응할 수 없는 전력체계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투자 수준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고,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에너지전환지수(ETI) 역시 2021년 기준 한국은 49위로 OECD 국가 중 최하위다. 대국들인 미국과 중국 역시 기후위기 국면을 산업적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기후 관련 규범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기후위기 대응은 탄소배출의 수준으로든 산업적인 대응으로든 앞으로 5년이 ‘골든타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한국은 정부가 태양광 발전을 ‘전 정부의 보조금 사업’ 정도로 치부하고 있다. 남들은 재생에너지 투자를 급격하게 늘리는데, 혼자서 ‘원전 최강국’을 외치고 있다. 위기가 임박했는데도 위기인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엉뚱한 데에 힘을 빼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이렇게 각종 복합 위기에 직면한 상태에 하나의 충격이 더해졌다. 바로 오픈AI란 업체가 공개한 챗GPT가 가져온 충격이다.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질문에 대한 답변의 수준뿐 아니라, 코드를 직접 짜고, 특정 데이터를 학습시키고 메뉴얼을 주면 그에 맞게 대응하는 등 인간이 하는 각종 지적인 활동을 대신할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이 기술이 앞으로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아직 가늠하기도 어려운 초입에 선 상황이다. 만일 챗GPT가 여러 직업을 대체하고 일자리를 줄일 경우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보호하고 사람들을 더 자유롭게 하는 기민한 전환을 할 수 있을까. 중앙정부가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면 과연 누가 어떻게 대응하고,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까. 


새로운 연대가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가 작금의 위기를 제대로 대응하고, 구조적 전환을 할 만한 의지와 역량을 가졌다고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4년 뒤 정권 교체만 하면 되는 문제일까. 이전 문재인 정부만 봐도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에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일부 있었으나, 주된 관심사가 경제와 민생이 아니었고 역량도 부족했다. 그렇다면 이 중요한 시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정책 공론장의 활성화다. 이전 정부가 여러 정책 실패를 겪고, 또한 여러 문제에 정책적 개입이 부족한 이유는 정책 공론장이 미약했기 때문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작금의 문제에 잘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견제 세력이 절실하다. 그 역할을 지금의 야당들과 시민사회, 학계, 씽크탱크 등이 해야한다. 기본소득당이 주도한 ‘횡재세’ 논의가 대표적인 사례다. 앞으로도 고물가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세금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면 한다. 연금개혁을 포함해 사회보험의 개편, 기본소득을 포함한 대안적 소득보장체제의 모색, 복지 강화를 위한 조세개혁 등에 대해서도 대안 모색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앞으로의 4년 동안 대안 세력들이 민생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 모색에 유능함과 치열함을 보여주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둘째는 작고 혁신적인 성공 사례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대응을 기대하기 어렵다면 정당, 기초지자체, 혹은 기초의회와 지방교육청 등의 지역 단위의 정치·행정 단위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고, 성과를 내봤으면 한다. 그게 어렵다면 시민단체와 비영리기관 등이 아주 작은 사례들이라도 시도해봤으면 한다. 잘 살펴보면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이 상당히 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자원순환의 사례들을 만들어볼 수 있고, 돌봄 커뮤니티를 구축해볼 수도 있다. 지금 대안 세력들에게 필요한 것은 ‘권한’이 아닌 ‘경험’과 ‘축적’이 아닐까 싶다. 

셋째는 새로운 연대와 협력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각자 존재하면서도 함께 존재한다. 언제나 서로의 도움을 필수적이고, 새롭고도 중요한 일을 도모할 때는 그 도움이 더욱 절실하다. 문제는 도움을 요청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가 속한 랩2050은 올 한해 시민사회와 비영리 분야의 각 주체들을 연결하고, 함께 연구와 활동을 모색하는 ‘연구활동가’의 지원을 중요 사업으로 모색하고 있다. 각 주체들이 나서서 연대와 협력에 나선다면 각자가 디딘 땅이 더 굳건해지고,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경제적 전환에 어울리지 않는 대안들을 제시하여 걱정이 앞서지만, 앞서 강조했듯 사회적 전환이 우선이다. 우리 모두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지속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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