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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봄호】거시경제에 대한 네 가지 잘못된 생각_나원준(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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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3.04.27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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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경제에 대한 네 가지 잘못된 생각




나원준(경북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 서론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었던 2020년 이후 세계경제는 몇 년째 위기적 상황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 회복이 지연되면서 미처 복구되지 못했던 글로벌 공급망은 이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견제를 배경으로 과거와는 사뭇 다른 양상으로 재편되는 중이다. 그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서방이 러시아 경제제재에 나서자 세계경제는 1970년대 후반 제2차 석유파동 당시 겪었던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격랑 속으로 빠르게 휩쓸려 들어갔다. 이에 미국 연방준비제도를 중심으로 기존의 달러체제를 뒷받침해온 각국 중앙은행들은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통화정책 대응에 나서고 있다. 

위기가 또 다른 위기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지 누구도 선뜻 장담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통화정책이 2023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침체를 가져올 중요한 원인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긴축 통화정책의 부수적 효과로 금융위기에 대한 경계감마저 높아지는 형국이다. 긴축 통화정책의 효과가 충분히 발현되기까지 소요되는 시차를 감안한다면 2023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는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 안 좋을 것임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진보정치는 이와 같은 위기적 상황에서 어떤 대안적 거시경제정책을 시민들 앞에 제안할 수 있을까. 이와 관련해 2021년 6월 국제노동기구(ILO)에 의해 채택된 “포용적이고 지속가능하며 회복력 있는, 인간 중심 회복의 지구적 요구(a global call to action for a human-centred recovery from the COVID-19 crisis that is inclusive, sustainable and resilient)”에 대한 제109차 총회 결의는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총회 결의는 “더 나은 미래(build forward better)”를 위해 “종합적인 국가적 고용정책 대응을 통해 모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기회가 제공되는, 광범위하고 일자리 중심적인 회복”이 요구되며 거시경제정책 체계가 평등을 추구하는 지원적인(supportive) 것이 되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진보적 경제학자들은 이 총회 결의를 보편적 인권과 노동권을 최우선에 놓고 지구의 생태 한계를 존중하는 거시경제운영의 새로운 거버넌스 구조에 대한 것으로 적극적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1980년대 이래 지배적 담론으로 자리잡아온 신자유주의적 접근법으로부터의 방향 전환을 요청하고 있으며 경제의 규칙을 완전히 새로 써야 한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잘못된 것이라는 그 신자유주의 거시경제정책은 정확히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는가? 실제 데이터에 근거할 때 거시경제정책을 둘러싼 여러 생각 중에 어떤 것이 잘못되었고 어떤 것이 옳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적 거시경제정책을 제대로 제출하려면 먼저 그런 질문부터 답해야 한다.          

  

  •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네 가지 잘못된 생각


주류 신고전학파 경제학에 이론적으로 의지하는 신자유주의 정책 패러다임은 각국의 정책당국자들에 의해 하나의 확고한 신조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러나 주류경제학은 거시경제정책과 관련해 잘못된 미신을 퍼뜨리며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다. 같은 거짓말이 반복될 수 있는 것은, 주류경제학이 이미 자본주의 사회 지배계급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확고한 이데올로기가 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미신이 된 주류경제학의 잘못된 생각들은 실제로는 어떤 확고한 실증적 기반도 없고 이론적 근거 역시 취약하다. 신자유주의 시대에 들어 거시경제정책이 과거보다 더 불평등을 키우고 균형 잡힌 경제회복을 어렵게 해온 정책 실패의 역사가 그와 같은 미신들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1) 재정적자나 국가채무가 경제를 불안정하게 한다는 잘못된 생각


가장 대표적인 주류경제학의 미신은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거시경제의 불안정성을 키운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실제로 데이터가 보여주는 사실은 국가채무나 재정적자는 거시경제의 불안정성과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국가들이 채택한 국가채무비율 60% 기준이 자의적인 기준일 뿐이며 어떤 경제적 근거도 없다는 확정적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재정적자비율이나 국가채무비율이 어떤 특정 값을 넘어서면 경제가 불안정해진다는 주장은 하다못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에서도 공식적으로 부인하는 완전한 거짓말이다. 최근 윤석열 정권이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재정적자비율 3%, 국가채무비율 60%의 재정준칙은 바로 그런 완전한 거짓말에 근거한다. 

  실은 경제의 명목성장률이 국채의 세후 금리를 추세적으로 웃도는 가운데 유효수요가 부진한 경우라면 정부가 인프라 투자와 사회정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편이 경제적으로는 훨씬 합리적이다. 그 경우 정부가 차입을 하더라도 공공투자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전제 하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이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특정 수치로 고정된 기준을 준수하려고 재정을 무조건 아끼고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이다. 만약 인프라, 보건, 교육, 돌봄 등 사회적 보호의 용도로 재정투자를 하려고 정부가 차입을 늘린다면 그것은 경제 전반에 걸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류경제학자들은 차입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면 시중이자율이 상승해 해외로부터 자본 유입이 늘어나는데 이는 자국 통화 가치를 상승시키므로 경상수지가 악화된다고 주장해왔다. 늘어난 재정지출 덕에 국내수요가 늘면 수입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물가는 올라 수출에 불리하므로 그런 이유 때문에도 경상수지가 악화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분석하면 재정적자가 경상수지를 악화시킨다는 뚜렷한 인과관계는 확인하기가 참 힘들다. 재정적자비율이 비정상적으로 커지지 않는 이상, 재정적자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것처럼 데이터를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이처럼 변수들 사이에 일방적인 필연적 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소극적인 재정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기 마련이다.


(2) 재정지출이 늘면 민간지출이 줄어든다는 잘못된 생각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주류경제학의 또 다른 잘못된 미신은 이른바 구축효과에 대한 것이다. 주류경제학에서는 재정지출이 늘어나면 이자율이 오르고 그로 인해 민간투자가 위축될 것이라고 염려한다. 재정지출을 줄이면 민간투자가 그만큼 늘어날 것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두 주장 모두 사실과는 거리가 멀다. 실제로는 재정지출은 경제의 일상적 운영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며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말 것이다. 게다가 공공투자에는 인프라를 개선하고 생산성을 끌어올려 민간투자의 물꼬를 트는 효과도 뒤따른다.

물론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는 상황에서는 채권시장 자금 사정에 따라 국채금리가 상승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자금이 조달된 다음 재정자금이 집행되면 이번에는 반대로 정부로부터 대금을 지급받은 민간 경제주체의 은행계좌 잔액과 함께 지급준비금이 늘어나므로 단기금리는 오히려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반면에 주류경제학의 구축효과 가설은 그와는 달리 국채가 발행되든 안 되든 상관없이 재정지출이 늘면 이자율이 오른다는 논리여서 경제현실과 아주 다르다.


(3) 정부가 중앙은행한테서 돈을 빌리면 인플레이션이 유발된다는 잘못된 생각


 한편 주류경제학자들은 재정지출을 위한 중앙은행 차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처럼 주장하는데 그 역시 사실관계에 의해 입증되지 않는 주장일 뿐이다. 실상은 중앙은행의 일상적인 공개시장운영 자체도 ‘국채의 화폐화(국채를 본원통화로 교환해주는 것)’를 전제로 한다. 국채의 화폐화는 통화정책 수행을 위한 제도적 기초에 해당하는 셈이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국채를 유통시장에서 공개시장운영 목적으로 제3자로부터 매입하는 것과 발행시장에서 정부로부터 직접 매입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을까. 중앙은행이 제3자를 일시적인 징검다리로 삼아 한 다리 건너 매입한다면 그것은 또 무슨 차이가 있을까. 경제적 실질을 따지면 차이가 없다.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운영이 자연스럽다면 재정지출을 위한 중앙은행 차입도 문제될 것이 없다. 재정자금을 정부가 중앙은행한테 직접 빌려서 장만하더라도 그런 이유로 물가가 더 오를 필연성은 없다는 뜻이다.

 세간에는 최근 인플레이션이 지난 정권 당시 재난지원금이 과도하게 풀린 탓이라는 시각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경제학적으로 지지되기도 어렵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한국 정부의 재정지출이 세계적으로 가장 소극적인 수준에 그쳤음은 국제적으로 확인되는 틀림없는 사실이다. 부족하기만 했던 재난지원이 어떻게 인플레이션의 원인으로 둔갑할 수 있을까. 경제학적으로도 유효수요가 부족해 완전고용 근방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는 특별히 공급 측에 병목 요인이 없는 이상 유동성이 투입되어도 물가 압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실물생산이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을 목적으로 각국 정부가 중앙은행으로부터 차입했던 것도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아니었다. 다만 저리 대출로 풀린 유동성이 초국적 자본의 상품시장 투기를 자극한 측면은 있었을 것이다.

    

(4) 증세가 경제에 부담이 된다는 잘못된 생각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감세를 해야 하고 감세를 해야 세수도 늘어난다는 믿음만큼 완전히 잘못된 생각을 찾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미 역사적으로 그 오류가 분명해진 그와 같은 주장마저도 현실에서는 끊임없이 재생된다. 아마도 감세의 혜택이 집중되는 부유층과 자본의 이해관계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선진경제권에서는 조세부담과 경제성장이 오히려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마저 관측된다. 신흥국까지 포함하더라도 조세부담이 아주 큰 경우에조차 경제성장이 그로 인해 저해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조세부담이 클 때 어떻게 경제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까. 그 이유는 인프라가 잘 조성되어 있고 교육의 질이 높으며 사회적 결속이 강한 나라일수록 투자에 유리한 환경을 갖춘 덕이다. 얼핏 생각할 때 세금을 깎아주면 자본가들이 투자를 늘릴 것 같지만 실제 투자결정에는 세금 외에 수많은 다른 요인들이 동시에 고려되는 법이다. 적어도 세계은행이 2017년과 2018년에 걸쳐 수행한 기업가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세제혜택은 투자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인 축에도 들지 못하는 듯하다.      


  •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옳은 생각들

(1) 적극적인 경기 대응이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옳은 생각


 그렇다면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어떤 생각들이 실제 데이터에 부합하는 옳은 견해인가. 몇 가지 대표적인 사실들만 추려보자면 먼저 적극적인 경기 대응이 거시경제정책이 빈곤층에 유리하다는 관측 결과를 꼽을 수 있다. 경기변동의 진폭이 작을수록 빈곤 인구의 평균 소득은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는 경제정책 기조가 경기 대응에 적극적일수록 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왜 이렇게 되는가. 그 이유는 경제가 침체될 때 가장 먼저 일자리를 잃고 소득 상실을 경험하는 계층이 저임금 노동자들이라는 현실 때문이다.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재정정책을 긴축 기조로 운영하면 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 여러 나라들이 재정준칙 준수를 위해 재정정책 기조를 긴축 방향으로 성급하게 선회하면서 회복이 지연되었던 사례가 증거일 수 있다. 당시 경제회복의 지체로 인해 국가채무비율이 안정화되지 못했던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경제여건이 재정비율을 결정하는 것이지, 역으로 재정비율이 경제여건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중요한 교훈이 그렇게 도출된다. 한편 2021년 국제통화기금에서 공개한 한 연구를 보면, 역사적인 팬데믹 사례들을 비교할 때 재정정책의 긴축 정도가 강할수록 불평등이 확대되었다는 결론도 확인된다.

  그럼 통화정책은 어떤가. 긴축 통화정책은 실업을 늘리고 현대적 지주라고 할 이자 소득 계층의 현금흐름을 늘려주므로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다만 완화적인 통화정책 역시 자산가치를 상승시켜 자산불평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실제 데이터는 두 가지 상반된 효과를 모두 반영하는데, 대체로는 긴축 통화정책이 불평등을 키우는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2) 조세의 누진성 강화가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옳은 생각


 조세 체계와 관련해 잘 알려진 사실 중 하나는 최고한계세율이 오를수록 초고소득 계층의 소득 몫이 줄어들어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사실은 조세부담 수준이 오를수록 대체로 불평등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세의 누진구조 특성이 강화될수록 불평등 완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재정정책은 이와 같이 조세 체계의 정비를 통해서도 불평등 완화에 기여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무엇보다도 세입 기반의 확충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세입 기반이 확충되어 재정여력이 커질수록 재정지출도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3)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은 중장기 국가 발전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는 옳은 생각


 일찍이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는 1936년 연설에서 오늘의 재정적자가 내일의 흑자를 가능케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정정책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 목표에 실제로 기여해 왔다. 가장 인상적인 예는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알렉산더 해밀턴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해밀턴은 미국이 신생 독립국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에서 요구되는 재정적 기초를, 연방정부 국채를 적극 활용함으로써 마련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그와 같은 역할은 역사적으로 중앙은행도 수행해 왔다. 공공투자에 자금을 제공하는 역할은 각국 중앙은행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며 그 점은 최초의 중앙은행인 스웨덴 중앙은행이나 영란은행도 예외가 아니며 한국은행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역할을 중앙은행이 앞으로 다시는 못할까?  


  • 소결 : 거시경제정책과 불평등


우리 시대가 경험하고 있는 심각한 불평등 확대의 이면에 신자유주의적 거시경제운영이라는 정책적 요인이 작용해왔다. 거시경제정책의 목표가 과거에는 완전고용으로 집약되었던 반면에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정책 체제에서는 독립된 중앙은행에 의한 물가안정목표제가 거시경제정책의 핵심 기제가 되었다. 신자유주의적 거시경제운영에 있어서는 실물경제 자원배분에 대한 개입을 줄이기 위해 통화정책 우위(monetary dominance)의 원칙을 분명히 했다. 통화정책이든 재정정책이든 준칙을 미리 정해 재량의 여지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생각도 특징적이었다.   

하지만 그와 같은 정책 패러다임은 노동에 불리한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물가안정목표제를 채택했던 나라들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뚜렷이 하락하는 현상이 주목되었다. 노동소득분배율 하락은 또한 임금 격차 확대를 수반했다. 어떤 이유로든 유효수요가 위축되면 그 효과는 비대칭적이어서 저임금 노동자들부터 일자리가 없어지거나 아니면 저임금 노동자들부터 임금이 하락하는 둘 중 하나가 되곤 했다. 그런 점에서 거시경제정책은 누구보다도 저임금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경기후퇴를 방어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특히 물가 상승이 주로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하는 현상으로 자리 잡아 가면서 신자유주의적 거시경제운영은 거꾸로 경기의 진폭을 키우는 접근을 택했다. 최근 경제상황처럼 유가 상승 등으로 생산비용이 오르면서 경기가 나빠지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는데 이는 전형적으로 물가를 잡기 위해서는 고용을 포기해도 된다는 사고방식의 귀결이었다. 물가상승률을 떨어뜨려야 하겠는데 그러려면 실업자를 얼마만큼 늘리면 되는지 계산하고 실업자가 목표만큼 늘지 않으면 걱정하는 시대가 되고 만 것이다.

재정정책만 보면 신자유주의는 감세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재정적자를 줄이고 국가채무비율을 떨어뜨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증세 없이 재정건전성을 개선하는 유일한 길은 지출을 줄이는 것이다. 지출 축소는 특히 사회적 가치가 큰 공공인프라 투자를 위축시켰다. 필수적인 공공서비스 공급도 함께 줄였다. 사회적 보호, 공교육, 공공보건 관련 지출이 대개 삭감 대상 1순위였다. 이는 취약계층의 서비스 접근성을 낮췄고 기회 불평등을 심화시켰다. 지금 윤석열 정권의 한국에서 반복되는 차가운 현실이다. 

진보정치의 대안적 거시경제정책은 이와 같은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며 그것을 넘어서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이론적 기초가 되는 주류경제학에 대한 도전도 피해갈 수 없다. 필자는 그 길만이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민중의 경제적 존엄을 지켜내는 제대로 된 길이라고 믿는다. 그 길이 아무리 좁고 험하더라도 그 길을 피해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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