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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봄호】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돌아보며_김영길(용혜인의원실 수석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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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3.04.2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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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돌아보며



김영길(용혜인의원실 수석보좌관)



2022년 10월 29일, 일어나지 말아야 했던 사회적 참사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졌다. 이 참사로 이태원 핼러윈데이를 즐기러 나온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쳤다. 처음에는 안타까운 참극으로 비쳤던 이 일이, 국가가 재난을 예방하고 대비했어야 할 의무를 소홀히 했기에 발생한 사회적 참사였음이 드러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기본소득당은 국정조사 위원으로 참여한 용혜인 의원을 중심으로 이태원 참사 생존자와 유가족의 편에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밝혀내기 위해 전당적 역량을 쏟았다.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이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는 정부의 비협조적 태도와 여당의 조직적 방해, 책임자들의 무책임한 답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간 속에서 이뤄졌다. 그럼에도 국정조사는 참사의 원인이 국가에 있음을 밝혀내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기본소득당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이 이태원 참사에 중대한 과실을 저질렀다는 증거를 제시하여, 국회가 이 전 장관을 탄핵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용산구청 관계자들이 조직적으로 책임을 은폐한 진상을 규명하는 데도 앞장섰다. 서울시가 참사 당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제 때 설치하지 않고도 이를 감추려 한 정황도 지적했다. 경찰이 대규모 축제 예정에도 예년과 달리 경비기동대를 배치하지 않은 문제와 이태원 참사 직후 경찰의 112신고 대처가 왜 실패하였는지도 규명했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의 쟁점, 결론 그리고 기본소득당의 활동은 국회가 의결한 국정조사 결과보고서와 이후 용혜인 의원실에서 발간한 특별의정보고서에 자세히 담았다. 이 글에서는 이를 다시 정리하기보단, 우리 당이 이태원 참사에 어떻게 대응했고 무엇을 고민했는지 되짚어보려 한다.


국정조사 참여부터 이상민 장관 탄핵의 증거를 찾기까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실시 여부가 국회에서 한참 논의될 때 고민이 깊었다. 국회 관행상 특별위원회에 비교섭단체 위원은 한 명만 참여시킨다. 비록 용혜인 의원이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이태원 참사 이후 상임위 현안질의와 각종 보도에서 활약을 보여줬지만, 만약 의원이 국정조사 위원으로 참여할 수 없다면 우리 당이 국정조사 국면에서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매우 축소될 게 뻔했다. 

결과적으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비교섭단체 위원이 두 명으로 늘어나 용혜인 의원도 위원으로 참여했다. 여기에는 대표단의 기민한 판단이 주요했다. 민주당에서 국정조사 요구안에 용혜인 의원도 찬성자로 참여해 달라 요청했을 때, 우리 당은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 당은 야3당이 원내대표로 이를 함께 공동발의하고, 언론에 드러나는 국정조사 요구안 제출 시에도 원내대표로서 동행할 것을 협상했다. 이 요구가 수용되어 이후 국정조사 특위가 구성될 때 비교섭단체 위원 자리도 두 자리가 되어 용혜인 의원에게 돌아왔다. 우리 당의 이태원 참사 대응에 있어 이 과정이 어느 때보다 결정적인 순간이었다고 판단한다.

물론 이 결과는 단순히 기회에 능동적으로 대처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의원실은 참사 직후부터 적극 대응하기로 하고, 국회의원의 자료요구 권한을 바탕으로 진상규명에 나섰다. 참사 초기 주어진 정보가 부족할 때, 우리 의원실에서 밝힌 자료가 하나둘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태원 참사에 주목하던 많은 언론들에게서 협력하자는 제안이 쏟아졌다. 이태원 참사가 정국의 주요 현안인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에 관련한 보도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의당 의원도 아닌 한 석짜리 소수정당의 용혜인 의원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참사 직후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현안질의가 정작 의원들의 질의를 받지 않고 이뤄지자 용혜인 의원은 “정부의 들러리를 설 수 없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섰다. 의원의 소신 있는 대처에 관해 국민이 주목했다. 이 과정에서 소수정당을 배제하고 진행되는 국회의 관행과 달리,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우리 당의 참여에 대해 국회에서 적절한 공론이 만들어졌다고 보인다.

3기 대표단 선거 이후 당의 각 조직에서 임무가 빠르게 안착한 것도 유효했다. 양대 선거를 경과하며 언론과의 협업, 그리고 이를 통한 국민적 인지도의 강화는 우리 당의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됐다. 3기 대표단은 작년 하반기부터 의정활동 역량 강화를 위해 원내기획실 등 중앙당 주요 조직을 설치하고, 의원실과의 협업을 강화했다. 특히 대변인실은 기존 소극적이었던 언론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고자 국회 내 출입기자를 중심으로 면대면 접촉을 관리했고, 작년 국정감사에서의 보도 협업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졌다. 더불어 이태원 참사에서 의원실이 기존의 보도 협업 풀에 더불어 전국 사안을 다루는 사회부와의 협업 성과를 만들어냈다. 기본소득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라는 커다란 과제에 직면해서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우리 당의 내부적 혁신의 노력 또한 존재했음을 분명히 남기고 싶다.

국정조사는 국회 안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다. 조직 개편 이후 의원실에 경험 많은 당직자들이 배치됐지만, 보좌진 경험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국정조사를 경험해본 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럼에도 국정조사는 반드시 해야 했고, 잘해야 했다. 막막함을 덜어준 것은 당의 전적인 지원이었다. 의원실 보좌진과 중앙당 원내기획실, 대변인실을 하나로 묶어 국정조사T/F팀을 내부적으로 구성했다. 대변인은 국정조사는 물론 관련된 정무적 사안에 쏟아지는 각종 언론 대응을 도맡았다. 원내기획실은 국정조사의 핵심 내용인 ‘컨트롤타워’ 문제와 효과적인 대응 방안에 집중했다. 만약 의원실 단독으로 국정조사에 대응해야 했다면, 각 사안의 정책적인 부분만 강조되거나 소화하기 힘든 쏟아지는 업무에 허덕이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국정조사에서 중요한 건 우리가 밝혀낸 것을 국민에게 전하고 국민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새로운 팀은 그 역할을 적절히 해냈다.

팀에서는 국정조사의 방향 설정을 어떻게 할지 토론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 관계자 중 누구도 책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일선 경찰서장부터 구청장, 시장,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까지 법적 책임은커녕 정치적 책임조차 회피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해보였다. 국정조사를 준비하며 과제를 선별할 당시에는 참사 이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부실 대응에 초점을 맞췄다. 각 기관의 대응일지와 참사 당시 무전 녹취록, 연관 자료들로 대조하면서 그 주제가 참사 책임을 입증하는데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는 우리 생각과 달랐다. 언론에 언급된 것처럼, 그리고 이후 정부의 대응 방향으로 볼 때 그들이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려운 방식으로 움직인다는 건 명백했다. 법적 책임을 따지기 위해 더 중요한 지점은 각 기관이 재난을 ‘사전에’ 예측했는지, ‘알고도’ 예방하지 않았는지 하는 것이었다. 매년 안전과 재난방지를 위해 해왔던 조치들이 왜 이번에는 이뤄지지 않았는지, 사고의 징후를 이미 인지하고도 대처하지 않았는지가 더 중요했다. 여야의 예산안 처리 협상이 지연되면서 국정조사도 제때 시작되지 못했기에, 주어진 짧은 기간 동안 정확한 지점을 공략해야 했다. 이미 진행하던 방향이 있지만 이를 고집하지 않고 재난의 사전 예방과 대비에 관한 문제로 방향을 선회했다. ‘업무상과실치사상’이라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구속, 김광호 서울경찰청 기소 사유도 이러한 방향에 주목해 국정조사를 진행한 결과가 반영되었다.

기본소득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기여한 가장 중대한 사안은 국정조사 마지막 청문회에서 일어났다. 그것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장관이 입장을 번복해 행정안전부가 이태원 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이었음을 스스로 실토하게 한 일이다. 이 전 장관은 국정조사 내내 이태원 참사의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한 바가 없다고 주장해왔다. ‘압사사고’와 같은 재난유형이 없었다는 이유다. 

그러나 법령에는 재난유형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전 장관의 위증을 밝혀내기 위해 연신 고민한 끝에, 양자택일의 심문을 구성했다.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을 정하지 않았어도 법령 위반이고, 행정안전부가 재난관리주관기관이었다고 해도 중앙재난수습본부를 수립하지 않았기에 법령 위반이라는 내용이다. 결국, 이태원 참사에 손 놓고 있던 행정안전부는 둘 중에 하나를 골라 자신의 책임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장관의 증언은 자신의 탄핵으로 이어졌다.


기본소득당, 야당의 한 축 구성할 실력 보여줘


기본소득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서 보여준 실력과 간절함, 약자에 공감하는 태도는 우리 당이 한 석짜리 소수정당이 아닌 야당의 한 축을 구성할 정치력이 충분하다는 걸 보여줬다. 한편, 우리 당이 국정조사 과정에서 전력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변화무쌍한 정세 속에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집단적이고도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 효율적 집행력이 가능한 조직 체계, 그리고 원내 어느 당보다 이 사안에 공감하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구성원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태원 참사는 아직 해결되지 못했다. 책임자들의 재판이 이뤄지고 장관은 탄핵됐지만, 윤석열 정부는 참사에 관한 책임을 회피하려고만 한다. 유가족이 가장 알고자 하는, 희생자들이 희생된 시각은 아직 밝혀지지 못했다. 사회적 참사가 더 이상 발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국민의 바람도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 정부와 국회가 해소해야 할 수많은 정책 과제들도 여전히 남아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시민사회운동단체들과 같이 특별법 내용을 마련해 각 정당에 전달했다. 특별법에는 추가적인 진상규명을 위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설치를 골자로 피해자의 권리 보호와 지원에 관한 사항이 담겼다.

대표단은 3월 임시국회를 시작하며 새로 현수막을 의원실에 걸었다. 3월 임시회에서 야3당 공조를 견인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비롯한 현안 과제를 실현하겠다는 내용이다. 여당이 국정조사 결과를 인정하지 못하고 정권만을 비호하는 상황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연내 제정하려면, 3월 임시국회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을 신속처리절차, 이른바 ‘패스트트랙’에 지정해야 한다. 그래야 빠르면 180일, 곧 9월 정기국회 때까지 법안을 심사해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려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때처럼, 이상민 전 장관 탄핵소추안 의결처럼 야3당이 상호 신뢰 속에서 적극적인 공조를 이뤄야 한다. 

사정이 좋지는 않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대장동 사건과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 특검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특별법 제정은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피해자가 우리 국회에 준 과제다. 지금처럼 두 당이 원칙이 아니라 당리당략을 우선한다면 국회가 할 일을 못해낼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당은 여러 차례 원칙을 표명하고 두 당을 중재하는 입장에서 야3당 공조를 견인해가고자 한다. 정치가 사회적 참사를 마주하고, 국가공동체가 함께 책임지고 기억하고 애도할 수 있도록, 기본소득당이 지금처럼 앞장섰으면 한다. 그 일에 필자도 함께 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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