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봄호】[인터뷰] 장시정 ‘기후정의행동 지구인’ 대표 “인천에 햇빛발전소 열 개는 지어야죠”
페이지 정보
본문
[인터뷰] 장시정 ‘기후정의행동 지구인’ 대표
“인천에 햇빛발전소 열 개는 지어야죠”
*인터뷰어 김한별(기본소득정책연구소 연구원)
이번 호 인커밍이 인터뷰한 당원은 청년 시절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이어 한동네에서 10년 넘게 지역운동을 펼쳤으며 지금은 지구를 살리는 기후정의운동을 하고 있는 인물이다. 장시정 ‘기후정의행동 지구인’ 대표다.
그는 인천 주안동 일대에서 지역운동을 하다가 인천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선거 과정에 미세먼지로 인한 주민의 고충을 접하고 그 문제의식을 에너지 전환, 태양광발전으로 이어갔다. 그리고는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 창립에 뛰어들었다. 염전골은 인천 주안동을 부르던 옛 이름이다.
장시정 당원이 진보정당운동에서 지역운동으로 또 기후정의운동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인커밍 독자에게 소개하려고 인터뷰를 청했다. 인터뷰는 3월 2일 인천 주안역 근처에서 진행했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인천 당원 장시정이고 기후정의행동 지구인 대표입니다. 전 인천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장도 했습니다.
진보정당 운동을 오래 하셨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시작하셨어요?
1998년 ‘청년진보당’을 창당할 때부터 참여했어요.* 제가 이십대 중반이었죠. 기본소득당처럼 젊은 사람들이 당 활동의 주축이었어요. 나이가 많아야 30대 초반쯤. 서울 노원구, 성북구에 지구당을 만드는 일을 같이 했어요. 당시에는 정당을 창당하려면 일정 숫자 이상 국회의원선거구에 지구당을 두어야 중앙당을 만들 수 있었어요.**
지구당을 만들려고 거리에서 당원가입 캠페인을 했어요. 노동법 개악에 반대하거나 비정규직 철폐를 주장하는 내용의 선전물을 배포하고 서명운동도 했고요. 재밌는 기억은 우리가 캠페인을 할 때 경쟁상대가 카드사였어요. 당시엔 길거리에서 신용카드 발급을 많이 해줬는데요. 그쪽도 실적을 올려야 하니까 우리 서명용지에 서명할 테니 자기네 카드 만들라고 했죠.
* 현재 진보당 부문조직인 청년진보당과는 무관하다.
** 2004년 정당법이 바뀌면서 지구당 제도는 폐지됐다.
정당 활동을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에너지는 어디서 왔어요?
동료에 대한 부채의식이 있었어요. 동료들이 활동할 때 저는 군대에 갔거든요. 제대하고 당 운동을 선택했고, 동료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려고 열심히 했어요. 힘든데도 버틴 건 아니고, 활동은 재밌었어요. 청년진보당이 사회당으로 당명을 바꾼 후에는 장애인운동을 열심히 했어요. 노동운동이 여전히 사회운동의 주류였지만 우리는 소수자운동에 주목한 거죠. 장애인 교육권, 이동권을 열심히 주장했어요.
시간이 흘러 사회당과 진보신당이 합당한 후엔 좀 힘들었어요. 오래 함께 한 동료가 아닌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느낀 불안함도 있고, 진보신당과 정치적 견해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고요. 내가 맡은 직책이 내 몸에 잘 맞지 않다고 느끼는데 의무감은 컸고요. 그러다가 서울에서 인천으로 사는 곳을 옮겼어요.
기본소득당 만들 때는 ‘이게 될까?’ 걱정했는데 놀랍게도 만들어졌어요. 그걸 보고 저는 ‘(정당 운동은) 새로운 세대가 해야겠다. 나는 운동의 저변을 넓히는 일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생 중반에 들어서면서 의무감에 버티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활동을 찾고 싶었어요.
인천으로 오게 된 이유는요?
진보신당과 합당하던 시기 지역운동을 고민했는데, 서울은 하나의 지역으로 묶기엔 너무 컸고 막막했죠. 마침 인천에 선배와 동료들이 많이 있어서 여길 택했죠. 인천에 와서 겨울에는 김장 나눔을 하고 정기적으로 도배봉사를 했어요. 그러면서 시의원선거에 출마했는데 5% 정도 득표했죠.
기본소득은 어떻게 접하게 되었나요?
2008년 금융위기에 사회당은 이른바 1대 99의 불평등 극복 해법으로 기본소득을 제기했어요. 사회당은 기본소득을 당 강령에 포함시켰고, 기본소득 국제행사도 열었죠. 가이 스탠딩이나 판 빠레이스 같은 기본소득운동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들과도 교류했죠. 사회당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기본소득 지급을 정책 세트로 주장했습니다.
당시 시민사회는 보편복지에 관심이 컸고 기본소득에는 별 관심이 없었죠. 처음 시작할 때는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알리는 것도 막막했는데, 지금은 어쨌든 기본소득을 다 알고 있으니 확실히 큰 변화가 일어난 거죠.
앞으로 기본소득이 사회적, 생태적 전환의 도구로 이야기되기를 바랍니다. 기후위기 때문에 발전산업, 내연기관 자동차산업은 전환이 불가피하죠. 인천에서 대우자동차가 GM으로 바뀔 때, GM 국내 공장이 폐쇄될 때 노동자들이 해고되거나 재배치됐습니다. 그때마다 대책이라곤 새로운 공장을 지으면 직업훈련을 통해 다시 채용한다는 거였어요. 노동자는 당장 굶어 죽게 생겼는데요. 앞으론 정의로운 전환과 이를 위한 기본소득 지급을 함께 주장해야 하죠.
지금 하고 있는 기후정의운동은 어떤 의미라고 생각하세요?
기후위기 문제는 온실가스 감축의 문제만은 아니죠. 기후위기 이전부터 존재하던 불평등 문제가 기후위기로 더욱 심화되고 있잖아요.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들은 사회에서 부를 분배받지 못한 사람들이니까, 기후정의는 사회의 전환 과정에서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죠. 또 온실가스 문제가 결국 자본주의에서 비롯했으니 그 체제 전환을 이야기하는 운동이죠. 다양한 논쟁점이 있어요. 대표적으로 탄소세와 탄소세배당에 대해 기후정의운동 내에도 입장이 조금씩 달라요. 이에 대한 논쟁도 이젠 피하면 안 된다고 봐요.
기후정의운동은 어떻게 관심을 가지고 시작하셨어요?
제가 기후운동에 관심을 가진 건 2018년 지방선거에서 나가고 나서였어요. 5% 득표하니까 잘하면 더 많이 받을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주민들이 관심 있어 하는 지역의제를 생각했죠. 제가 출마한 곳은 공단이 많고 화물차가 많이 다녀 미세먼지에 다들 예민해요. 그래서 ‘어린이 미세먼지 감시단’을 모집했죠. 부모들은 아이들의 바뀐 행동에서 자극을 받곤 하잖아요. 어린이들과 함께 공단, 번화가, 학교, 공원에 미세먼지 진단키트를 설치해 측정해서 충남대학교 환경대학원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어요. 어린이들이 직접 결과를 분석하고 우리 동네 미세먼지를 줄이자는 캠페인을 벌였더니, 주민들이 이에 신기해하고 관심을 가졌죠.
어린이 미세먼지 감시단이 관심을 많이 받았지만, 기후위기라는 큰 문제에 비하면 너무 작은 활동이에요. 기후위기의 근본적 문제를 알리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기후행동 지구인’이란 단체를 만들었어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보다 과감한 실천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하지만 실제로는 주로 캠페인이나 교육을 해요. 마을 주민에게 생태교육을 하고, 중학생을 대상으로 ‘기후학교’에서 교육했어요. 청소년들의 기후감수성, 적극적인 태도에 깊은 인상을 받았죠.
태양광발전 협동조합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영국에 성 미카엘 올 엔젤스라는 교회가 있는데, 900년쯤 된 국보급 문화재예요. 사진을 보니 여기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했더라고요. 꽤 충격이었어요. 국보급 문화재에 태양광 패널 설치라니, 우리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죠. 보수적인 교회마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행동하는 시대가 됐다는 뜻이에요. 그런 생각으로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고 있습니다. 염전골은 주안동 일대를 부르는 옛날 이름이에요. 설립총회를 했고 설립신고증이 곧 나와요.* 10년 내 햇빛발전소 열 개를 인천에 설치하는 것이 제 목표에요.
* 인터뷰 후 3월 중순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 설립신고증이 나왔다.
태양광발전에도 여러 비판점이 있지 않나요?
기존 태양광발전의 문제는 시골의 산을 깎고 농지에 설치해 환경을 파괴하는 거죠. 석탄화력발전소와 핵발전소의 문제, 즉 피해를 입는 지역과 혜택을 입는 지역이 나뉘는 지역 불평등이 현재의 태양광발전에도 나타납니다. 이 문제를 풀려면 전기를 많이 쓰는 도시에 태양광발전소를 만들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는 국토 어딘가에 집중해서 짓는 방식이 아니라 전력이 필요한 곳에 설치하는 분산형 전력원이어야 합니다. 앞으로는 태양광발전소를 농촌보다는 인구가 많고 전력 소비가 많은 도시에 분산형 전력원으로 설치해야죠. 도심의 유휴공간, 옥상, 주차장, 베란다 등에요.
그런데 동네 공터와 옥상 등 주민 생활권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려면 주민 동의가 필요하잖아요. 그런 협의를 거치는 과정이 큰 의미가 있죠. 이 과정이 기후정의운동에 개인이 참여하는 것이고요.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고 그 에너지를 절약해서 소비하는 것이 앞으로 필요한 삶의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은 어디에 햇빛발전소를 지을 계획인가요?
우선 도시 공공부지부터 지을 계획인데요, 현재 추진하는 곳은 송도 LNG스포츠타운 주차장이에요. 인천시, 인천시체육회, 가스공사 등과 협의하고 있어요. 3월 말에는 인천의 여러 햇빛발전 협동조합이 인천시교육청과 협약을 맺어요. 학교에 햇빛발전소를 설치하는 내용이죠. 신설학교는 태양광발전장치를 의무 설치하지만 기존 학교는 그런 규정이 없거든요. 염전골햇빛발전협동조합도 협약식에 참여해요. 학교에 햇빛발전소도 만들고, 학생들 상대로 기후위기 관련 교육도 하려고 해요.
햇빛발전소 짓는 데 드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요?
1kwh 햇빛발전소를 만드는 비용이 160만 원 정도에요. 송도 LNG스포츠타운 공용주차장에는 300kwh 규모, 학교 운동장에는 40~60kwh 규모로 만들 수 있어요. 송도는 5억 정도 필요합니다. 조합원 출자금으로 건설비용의 30%를 모은 뒤 은행 대출을 받아요. 설치 비용은 부담이 되지만 일단 설치하면 5년에서 7년 안에 설치비용은 회수할 수 있어요. 태양광발전 과정 자체는 돈이 따로 안 드니까요.
햇빛발전소 짓는 데 큰돈이 드니까 주변 분들은 과연 지을 수 있는지 걱정하시죠. 저는 이렇게 말해요. 그동안 내가 선거 나갈 때마다 많이 후원해주셨는데, 이번에는 내신 돈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각자 수익배당으로 돌아온다고요. 배당 수익률은 3~5%로 예상해요. 협동조합에 10만 원 출자하면 배당금으로 별다방 커피는 아니어도 백다방 커피는 사 먹을 수 있죠. 햇빛발전소 부지 협의를 마치면 대대적으로 조합원과 출자금을 늘릴 계획입니다.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정책을 어떻게 보시나요?
문재인 정부 때 재생에너지 비율을 전체 전력의 33%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는데 윤 정부는 여기서 역행했어요. 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고 핵발전을 확대하려 하죠. 기후위기는 이미 닥친 현실이니 차기 정부에서 밀린 숙제 하듯 재생에너지 발전단지를 대규모로 건설하려 들 거예요. 그러나 그때는 민간자본이 주도하고 그들이 이익을 차지하겠죠.
그래서 지금부터 소규모라도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발전 협동조합을 늘려야 해요. 그리고 인천에 해상풍력발전소를 만든다는데, 유럽 자본이 들어올 예정이고 인근 어민들의 생업에 피해를 주니 마찰이 있죠. 대자본이 주도하고 수익을 독점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천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펀드 방식으로 접근해야 해요. 발전 수익은 시민에게 배당으로 나누고 또 에너지 빈곤층을 지원할 수 있죠. 기본소득의 공유부 철학을 실현하는 일이죠.
인커밍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가 사회운동을 하며 추구한 가치는 ‘기본적인 삶’을 누구든 보장받는 것이었어요. 장애인운동, 소수자운동을 한 이유도 그렇고 기본소득운동을 한 이유도 마찬가지고요. 지금 하는 기후정의운동도 기후재난으로 사회적 약자들이 피해보는 일을 막으려는 거죠. 목표는 같은데 활동의 무게중심만 조금씩 바꿔온 거죠.
한편 기본소득은 코로나 재난지원금 지급과 함께 뜨거운 이슈가 되었는데, 정치가 오히려 기본소득을 삼켜버린 느낌이에요. 기본소득당이 열심히 활동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기후위기도 그럴까 봐 우려되죠. 정치 영역에 들어가며 운동의 의미가 휘발되진 않을까. 그래서 제대로 된 정치의 역할이 필요하겠죠. 윤석열 정부가 시대를 퇴행시킬수록 당원들이 올바른 정치의 역할에 더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어떤 실천부터 할지 고민하는 분이 많은데요, 저는 1년 전부터 옷을 새로 사지 않고, 나눔해서 입거나 기존의 옷을 고쳐입어요. 쉬운 것부터 시작했으면 합니다.
당원가입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