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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커밍 Light 1월호 : 진정한 AI 기본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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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정책연구소 작성일 : 2026.01.16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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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AI 기본사회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

AI 이익공유제의 정당성과 실현 방법


오준호 

기본소득정책연구소장

『사명이 있는 나라』, 『기본소득이 세상을 바꾼다』 지은이 





“어쩔 수가 없다”라는 체념을 넘어


1980년대 기업 리더십 연구자 워렌 G. 베니스는 이런 유머러스한 말을 했다. “미래의 공장에는 사람 한 명과 개 한 마리만 존재할 것이다. 사람은 개에게 밥을 주려고 있고, 개는 사람이 장비를 건드리지 못하게 하느라고 있다.” 

오늘날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는 그의 예언이 극단적으로 실현된 형태이다. 중국 창핑에 있는 샤오미 공장은 24시간 조명이 꺼져 있다. 냉난방 장치도 없고 사람의 인기척도 없다. 그런데 3초에 한 대씩 최신 스마트폰을 생산한다. AI와 로봇이 결합한 피지컬 AI로 조립·검사·물류까지 100% 자동화가 가능하다. 여기에는 베니스에게 있던 한 조각 유머조차 없다. 

다크 팩토리의 확산은 제조업의 혁신과 대량 실업을 동시에 의미한다. 서비스업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휴머노이드가 인간 종업원을 대신하는 일도 시간문제다. AI가 도입될 때 청년 고용은 다른 연령층보다 더 빨리 위축된다(한국은행, 2025). 산업과 생활의 전 영역에서 ‘AI 전환’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 변화가 유토피아를 가져올지 디스토피아를 가져올지 기대와 불안이 엇갈린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서, 공장 자동화로 실직한 제지 기술자 만수(이병헌)는 재취업을 위해 잠재적 경쟁자가 될 다른 실직자들을 죽이기로 한다. 만수는 “어쩔 수가 없다”라며 자기 행위를 정당화한다. 그러나 관객은 묻는다. ‘과연 다른 선택은 불가능한가?’ 사회적 차원에서도 마찬가지 질문을 할 수 있다. AI 전환 과정에서 불안한 이들에게 “어쩔 수가 없다”라며 각자 경쟁력을 키우라고만 할 것인가? 국가는 시민의 경제적 안전을 보장할 책임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하지 않는가?

단순히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패자도 돌아봐 달라는 연민만은 아니다. 이익 분배를 고려하지 않은 AI 발전은 역설적으로 산업의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 AI는 인지와 조정에 드는 비용을 낮춰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인간 노동의 필요를 제거하는 노동 파괴적 기술이다. 2050년대에는 노동소득 분배율이 현재의 절반 이하인 20%대로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Ayoki, 2025). 소득이 없으면 AI 생산이 쏟아내는 재화를 구매할 사람도 없다. 

AI 경제에는 고용 노동에 기반한 사회계약이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 고용과 상관 없이 시민의 삶을 보장하는 새로운 사회계약의 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그 중심에는 AI 생산성과 이익을 모두와 나누는 ‘AI 이익공유제’가 있어야 한다. 



이재명 정부 ‘AI 기본사회’, 그 의의와 한계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경주 APEC 회의와 남아공 G20 정상회의에서 ‘AI 기본사회’를 국제 사회가 함께 실현하자고 역설했다. ‘AI 기본사회’의 정확한 의미 규정은 아직 없다. 하지만 용어가 사용되는 맥락을 볼 때, ‘AI 기술 혁신과 포용적 성장의 조화를 통해 AI 생산성의 혜택을 고루 나누자’는 비전으로 이해된다. 다소 불명확하더라도 정부가 이런 비전을 제시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AI 전환이라는 시대 흐름 앞에 정부가 공동체의 미래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적극적인 인식과 책임을 보여준다.

그 맥락에서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9월에 대통령 직속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위원회)’를 설치했고 위원회는 12월 16일에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계획안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제출한 가장 공세적인 AI 전략이다. 

계획안에는 3가지 정책축과 98개의 세부 과제를 담았다. 3가지 정책축은 ▲AI 혁신 생태계 조성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 ▲ 글로벌 AI 기본사회 구현이다. ‘AI 혁신 생태계 조성’에서는 GPU 등 컴퓨팅 장치를 확보하고 AI 전용 데이터센터를 확충하며 AI 전문 인재를 키워내자고 한다. ‘범국가 AI 기반 대전환’은 국가 경제에서 국민 일상생활까지 AI를 적용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단계다. AI를 산업, 의료, 교통, 돌봄, 복지, 행정 전반에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복지에서는 자격 요건만 되면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복지 서비스를 받도록 자동화한다. ‘글로벌 AI 기본사회 구현’에서는 국민의 AI 접근성과 활용 능력 향상이 목표이다. 계획안은 “나이·직업·지역·계층에 관계없이 모든 국민이 AI를 이해·활용하는 포용적 디지털 역량 사회를 구현”하겠다고 한다. 

계획안은 ‘AI 기본사회’의 비전을 발전시켜 ‘글로벌 이니셔티브’ 곧 국제 표준으로 만들자고 한다. 오늘날 세계 AI 발전 구도가 이른바 ‘트럼프 AI’와 ‘시진핑 AI’의 패권 경쟁 구도라는 점을 생각하면, AI 기본사회 비전이 제3의 AI 발전 경로를 세계에 보여주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그러기엔 지금의 AI 기본사회 비전은 보완이 필요하다. 지금의 비전에는 핵심이 빠져 있다. 

그 핵심이란 바로 AI 이익공유제다. 역사상 가장 노동 파괴적 기술인 AI를 도입하려면 시민의 삶을 보장할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AI 접근성과 활용 능력을 키우겠다는 정도론 부족하다. ‘기본사회’ 개념은 보편적 기본소득에서 출발했다. 기본소득을 중심으로 기본적 사회 서비스를 결합한 종합적인 정책 비전이 기본사회다. AI 기본사회가 꾸밈말에 그치지 않으려면, AI 이익공유제를 통해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AI 이익공유제의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설명해야 할 것이 있다. AI가 누구의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필자는 AI 기술에는 공공재, 나아가 공유부의 성격이 있다고 주장한다. 아래에서는 AI 이익공유제의 정당성을 기술적 차원과 사회경제적 차원에서 주장할 것이다. AI 기술에는 ‘모두의 것’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모두의 몫을 돌려받아야 한다. 

  


AI는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나


1. 기술적 차원의 평가


AI에 대한 관심이 주로 기술적·산업적 응용에 맞춰진 한국과 달리, 미국과 유럽에선 ‘공공 AI(public AI)’ 논의가 활발하다. ‘AI를 누가 소유하는가? 누가 통제하는가? AI 이익은 누가 가지는가?’ 같은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 AI 백서(베르텔스만 재단·오픈퓨쳐, 2025)’는 그러한 논의에서 나왔다. 공공 AI의 기술적 구조 그리고 정책 과제를 망라한 이 백서는 온라인에 공개되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다. 

공공 AI 백서는 AI를 단일 기술이 아니라 여러 기술 요소가 결합한 기술 시스템으로 본다. 그 기술 요소는 데이터, 모델, 컴퓨트, 애플리케이션 환경(플랫폼)이다.


데이터는 AI 훈련을 위해 수집된 디지털 정보·콘텐츠를 말한다.

모델이란 인간의 뇌신경망과 유사한 디지털 신경망을 통해 답변을 추론하는 일종의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서 인간 뇌세포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요소를 '매개변수(parameters)'라고 부른다. 특히 거대언어모델(LLM)은 조 단위의 방대한 매개변수를 통해 인간의 언어 사용 맥락에 맞는 대답을 내놓는다.

컴퓨트는 AI의 연산 능력을 결정하는 물리적 장치와 소프트웨어다. 특히 대규모 연산에 필수적인 그래픽 처리장치(GPU) 같은 전문 칩은 컴퓨트의 대표적, 핵심적인 구성 요소다. 전문 칩이 수요에 비해 희소한 까닭에 컴퓨트는 AI 시스템에서 가장 독점이 심한 영역이다.

애플리케이션 환경, 곧 플랫폼은 이용자와 AI 서비스를 연결하는 매개체다. 이용자가 오픈AI 챗지피티나 구글 제미나이 같은 AI와 대화할 때 대면하는 대화창도 플랫폼의 일종이다. 플랫폼은 이용자, 모델, 데이터, 서비스를 연결하는 장소다. 


이러한 분석을 받아들여 필자도 AI를 데이터, 모델, 컴퓨트, 플랫폼이 결합된 기술 시스템으로 보려 한다. 그리고 AI에 공유부·공공재로서 성격이 있는지 네 개의 기술 요소에서 각각 살펴볼 것이다. 


(1) 컴퓨트 층위


컴퓨트는 AI 시스템의 1층에 자리 잡는다. 고속도로가 산업화의 핵심 기반인 것처럼 컴퓨트는 AI 기술의 기반이다. 컴퓨트 자원은 항상 공급이 부족해 AI 산업의 병목을 이룬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에게서 GPU 26만 장 우선 공급을 약속받은 것이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생각해 보라. 이 희소한 자원이 독점되면 지대가 발생하고, 산업의 공정한 경쟁이 저해된다. AI 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 컴퓨트 자원은 공공재로 관리될 필요가 있다.

한편, 컴퓨트 역량은 부지, 용수, 전력망 등 다른 공공 인프라 위에 작동한다. AI 산업이 소비하는 공공 자원 규모는 점점 커지는 추세다. 가령, 데이터센터가 소비하는 물과 전력의 양이 급증한다. 아일랜드는 2015~2023년 사이 데이터센터에 드는 전력량이 3배로 늘어 국가 전력 소비의 25%를 차지한다.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한국은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 한국의 AI 인프라 구축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상당한 공공 투자 위에 가능하다.  

‘주권 컴퓨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국가가 GPU, 클라우드, 슈퍼컴퓨터 등 컴퓨트 자원을 자체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AI 생태계의 다양성과 임무(mission) 지향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 공공 컴퓨트 자원을 연구기관이나 특정 목표를 추구하는 스타트업에 우선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에이다 러브레이스 연구소, 2025).  


(2) 데이터 층위


데이터는 AI의 식재료와 같다. 식재료의 양과 질이 요리의 다양성을 결정하듯, 데이터의 양과 질은 AI의 성능을 결정한다. 2022년 출시된 GPT-3.5(챗지피티)는 토큰 4천억 개로 학습했다. 토큰은 텍스트 데이터의 단위다. 불과 2년 뒤인 2024년에 나온 GPT-4 학습에는 토큰 13조 개가 사용됐다. 생성 AI 성능이 고도화하며 학습 데이터의 수요도 급증한다. 그런데 데이터는 사람들의 지적, 문화적, 경제적 활동 전반에서 만들어지고 각종 디지털 플랫폼에서 수집된다. 그러므로, 데이터를 제공한 시민은 기업에게 AI로 창출한 수익의 일정 몫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실제로 이 주장은 AI 이익공유제와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다. 데이터는 수많은 사람이 함께 만들어낸 공유부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AI 학습에 개별 데이터 제공자 각각의 기여도를 구분하기 어렵다. 데이터는 패턴을 읽을 수 있을 만큼 대량으로 집적된 빅데이터일 때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데이터 제공자에게 개별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과 연결된 환경에 살아가는 모든 시민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AI 학습 데이터는 사람이 아닌 기계에서도 나온다. 공장의 작업 공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는 생산성 증대를 위한 학습 재료로 쓰인다. 또 이제는 로봇이 직접 세상을 돌아다니며 인식한 사물로부터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처럼 데이터 생산에서 인간의 기여가 줄면, AI의 공유부 성격도 줄어드는 것일까? 

전문가들에 의하면,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인간 고유의 데이터가 더 중요해진다. 학습용 데이터가 부족해지면 AI 학습에 합성 데이터, 곧 기계가 만든 가상 데이터를 많이 쓰게 된다. 하지만 합성 데이터에 의존할수록 AI의 생산물 질이 급격하게 떨어진다. 이른바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garbage in, garbage out).” 인간의 고유한 특징과 판단을 포함한 고품질 데이터가 더 많이 필요할 전망이다. 


(3) 모델 층위


특정한 매개변수 구조를 통해 답변을 추론하는 디지털 신경망 장치를 AI 모델이라 한다. 매개변수는 인간 뇌세포와 비슷하다. 성장하면서 뇌세포가 많아지면 연결망이 촘촘해지면서 사고 능력이 발전하듯이 모델은 매개변수가 많을수록 더 좋은 답변을 내놓는다. 방대한 매개변수 구조에 역시 방대한 텍스트 데이터를 넣어 학습한 결과, 대형언어모델은 개별 인간을 압도하는 크고 촘촘한 언어 세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대형언어모델 안에는 “진짜 인간이 들어있다”라고도 한다(김성완, 2024). 그런 점에서 대형언어모델은 ‘인류의 공공지성’과 같다. 

그런데 주요 대형언어모델은 소수 빅테크 기업이 독점적으로 소유하고 통제한다. 인류 공공지성을 사유화하는 것이다. 일반 사용자는 AI 챗봇이 “이것이 아니고 저것이다”라고 답변할 때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모델의 작동 구조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답변의 편향성이나 오류에 대해 시정을 요청해도 이를 받아들일지는 빅테크 기업의 판단에 맡겨진다. 공공 AI 백서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첨단 오픈소스 공공 AI 모델을 최소한 하나 이상 구축하자고 제안한다. ‘계획안’도 한국이 독자 파운데이션모델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독자 모델 구축에는 상당한 공적 재정이 투입될 것이므로, 그 AI 모델은 공공자원 성격을 지닌다. 

지난해 12월 구글딥마인드 연구진은 AGI(범용인공지능) 발전에 관한 획기적인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는 “AGI가 단일한 거대한 AI 모델이 아닌 분산된 AI의 네트워크에서 등장할 수 있다”라고 주장한다. AI 혁신의 다음 단계인 AGI는, 지금처럼 빅테크 기업 주도로 모델 크기를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공공 AI와 다양한 소규모 AI의 협업으로 도달할 수도 있다. 그 경우 AI 이익공유제의 정당성은 더욱 강해진다.  


(4) 플랫폼 층위


철도, 도로, 전력망이 산업화 시대의 연결망이라면 플랫폼은 디지털 시대 연결망이다. 플랫폼은 사용자, 데이터, 서비스(애플리케이션) 공급자를 연결한다. 플랫폼 참여자가 늘수록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즉, 참여자가 느끼는 효용이 커진다. 그런데 플랫폼은 API 표준, 결제망, 신원 인증, 개인정보 규제 등 공적 제도와 사회적 신뢰 위에서 작동한다. 어떤 AI 플랫폼도 제도화된 규칙 기반과 신뢰망 없이 작동할 수 없다. 이것이 플랫폼의 공공재 성격이다. 


이처럼 네 가지 기술적 층위에서 AI 시스템의 공공적 특성이 드러난다.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AI 기술은 국가가 조성한 물리적 또는 규범적 기반 위에 존재하며 다중의 참여로 형성된 네트워크 효과에 의해 가치를 만들어 낸다. AI는 모두의 기여 위에 존재한다. 이것은 AI의 소유권, 통제권, 수익권에 있어 공동체 구성원의 권리를 주장할 근거가 된다. AI에 공유부 성격이 있다면 그 생산성과 이익 일부는 ‘모두의 몫’으로 돌아와야 마땅하다. 


2. 사회·경제적 차원의 평가


AI 발전과 관련해서 ‘불균질’ 문제와 ‘불평등’ 문제를 구분해야 한다(홍기빈, 2025). 불균질 문제란 기술이 사회에 퍼지는 정도가 고르지 않다는 뜻이다. AI에 대한 접근성, 사용 능력의 격차가 이에 해당한다. AI를 수용하고 활용하는 정도는 개인의 역량에 따라, 연령·계층·젠더·학력 등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원 정책과 제도 등으로 해소할 수 있다. 적어도 격차를 좁힐 수 있다.  

그러나 불평등은 이보다 훨씬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AI 시대의 불평등은 부와 권력의 격차를 만들어 내는 구조적 경향이다. AI는 인간 노동을 대체하며 대량 실업을 일으킬 수 있다.  AI 기술과 플랫폼 독점은 거대한 지대 이익을 낳는다. 이런 경향이 누적되면서 AI 시대는 과거 어떤 시대보다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를 가져올 수 있다.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AI를 사용하는 사람이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을 대체할 것”이란 말이 있다. 이런 인식은 AI가 가져오는 불균질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계획안’에서도 국민의 AI 활용 능력을 키우고 기술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을 통해 AI 기본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은 AI 불균질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할 것이다. 하지만 AI에 의한 노동 대체와 직무 소멸이라는 구조적 불평등은 전혀 다른 문제다. 모두가 AI 활용 역량을 갖추더라도 절대 다수가 실직 위험에 처하는 현실은 그대로다.    

그런데 기업은 인건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한다. 이것이 기업이 AI 활용으로 이윤을 얻는 일차적인 방법이다. 이로 인한 실업, 불평등, 재교육 같은 사회적 비용은 누가 지는가? 사회에 떠넘겨진다. 기업은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한다. 공정하지 않다. AI 기업은 AI가 가져올 사회적 비용도 나누어져야 마땅하다. 

앤트로픽의 사회적 영향팀 연구원 새프런 황은 “AI가 낳는 구조적 불평등에 서둘러 대응해야 한다”라며, “시간이 갈수록 부의 집중으로 축적된 권력은 재분배 요청을 효과적으로 피해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AI 기본사회는 ‘누구나 AI를 잘 다루는 사회’ 이상이어야 한다. AI 이익공유제를 통해 AI 산업에서 만들어진 부를 기본소득으로 제공해야 한다. AI 전환이 가져올 불균질뿐 아니라 불평등에 정면으로 대응해야 한다. 



AI의 ‘모두의 몫’,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필자가 말하는 AI 이익공유제는 단일한 제도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AI 이익공유제를 실행하는 방법은 ▲조세 ▲공공자산 이용료·임대료 ▲AI 배당형 국부펀드 등이 있다.


1. 조세


조세는 AI 이익공유제의 첫 번째 축이다. AI 산업의 이익에는 기업가의 능력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제공한 데이터, 공적 지출로 만든 인프라가 기여한 몫도 있다. 말하자면 AI 이익에는 ‘모두의 몫’이 섞여 있다. 따라서 조세로 이익 일부를 환수하는 것은 정당하다.


(1) AI 초과이익세


IMF는 AI 경제가 본격화되면 소수 빅테크 기업이 전례 없는 초과이익(excess profits)을 획득하게 될 거라면서, 불평등을 완화할 조세 정책을 주문한다(IMF, 2024). 예를 들어 법인세를 정비하고, 자본이득세, 초과이익세, 탄소세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IMF는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사회 안전망 구축, 교육 투자, 실업 노동자 지원 등에 쓰자고 한다. 

초과이익은 곧 지대다. 지대는 생산자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는 상태에선 생길 수 없는 이익이며 따라서 ‘횡재’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컴퓨트, 데이터 독점에 기반하여 거대한 횡재이익을 얻는다. 초과이익이 집중될수록 불평등은 커진다. AI 초과이익세는 이런 초과이익이 발생했을 때 부과된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AI를 활용하여 그 업종 또는 산업의 평균 수익률(가령 10%)을 초과한 수익(가령 20%)을 올린다면, 차액인 10%p에 대해 일정 비율(가령 30%)을 AI 초과이익세로 거둔다. 초과이익세는 기존 법인세에 덧붙이는 부가세(surtax)로 부과할 수 있다. 


(2) AI 플랫폼세


가까운 미래에 AI는 ‘유일한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있다. 모든 서비스가 AI 플랫폼 하나로 집중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는 AI 비서인 ‘자비스’에게 모든 지시를 내린다. 앞으로 우리도 챗지피티 같은 AI 비서를 통해 은행 거래부터 예매, 주문까지 모두 마칠지 모른다. 이전처럼 각 서비스의 웹사이트나 쇼핑몰에 들어가서 원하는 상품을 찾으려고 여러 번 클릭하지 않는다. ‘제로 클릭’이 일상이 된다. 이와 함께 AI는 상업 역사상 가장 독점적인 플랫폼이 될 수 있다. 플랫폼을 독점하면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지대를 누리는데, 지대는 더 혁신적 서비스 등장을 가로막을 수 있다. 따라서 적정한 수준의 조세로 환수해야 하는데, 그것이 AI 플랫폼세다. AI 플랫폼세는 매출액의 일정 비율에 과세하거나 플랫폼에서 이뤄지는 거래 건당 부과할 수 있다.


AI 생산성이 꾸준히 높아진다고 할 때, 그 이익으로 어느 정도 기본소득 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까? 카네기멜론대학교 교수 아란 나예비는 가능하다고 한다. 나예비에 따르면, 2030년대 초가 되면 환수한 AI 지대만으로 추가 지출 없이 미국 성인 1인당 연간 12,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제공할 수 있다. 생성 AI가 기존 자동화 기술의 5~6배 생산성을 가질 거라는 전제에서다. 단, 지대 회수율(세율)을 높이면 기본소득 목표액은 더 빨리 달성되지만 AI 생산성 증가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AI 생산성, 기본소득 목표 금액, 세율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정치적 합의에 달려 있다.   


2. 공공자산 이용료·임대료


AI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컴퓨트 등을 공적 인프라로 갖추고, 기업이 이를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할 때 이용료를 받을 수 있다.  

 

(1) 데이터 사용료


정부나 지방정부는 행정 사무와 국민 복지를 위해 국민의 데이터(공공 데이터)를 수집한다. 기업은 AI 모델 학습자료로 공공 데이터가 필요하다. 정부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아 국민에게 ‘데이터 배당’을 지급할 수 있다. 경기도는 2019년에 데이터 배당을 실험적으로 지급했다. 도민들의 지역화폐 이용 데이터를 기업과 연구기관에 제공하고 사용료를 받아 지역화폐 가입자에게 소액의 배당금을 준 것이다. 오늘날 공공 데이터의 양과 종류, 이용 수요가 훨씬 많아졌기에 현실적 수준의 데이터 배당 지급은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단, 민감한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기준을 정비해야 한다.   

데이터 배당과 관련하여, ‘데이터 트러스트(trust, 신탁)’ 방식도 참고할 수 있다. 영국의 ODI(Open Data Institute)가 사례다. 데이터 트러스트란 가입자에게서 데이터를 위탁받아 관리하면서 기업, 연구기관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배당을 받아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이다. 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자기들의 데이터에 특별한 가치가 있다고 여기더라도 기업과 직접 ‘데이터 제공, 배당 지급’ 계약을 맺는 것은 쉽지 않다. 공공 또는 협동조합 형태로 데이터 신탁 기관을 만들면, 협상력이 약한 주체로부터 데이터를 위탁 관리하면서 데이터 활용의 대가를 데이터 제공자에게 줄 수 있다. 보편적 기본소득을 보완할 방안이다. 


(2) 공공 컴퓨트·공공 모델 사용료


국가가 공공 컴퓨트 역량을 갖추고 이를 고성능 AI 모델 학습에 제공한 뒤, 그 모델로 출시된 서비스의 매출에 2% 이용료를 부과하자는 제안도 있다(Ayoki, 2025). 대기업과 신생 스타트업에 이용료 차등을 두거나, 스타트업은 장래에 수익이 발생하면 지급하도록 할 수도 있다. AI 모델도 공공 모델을 구축하여 스타트업이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주식 지분을 공공이 획득하여 장기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뉴욕주의 ‘엠파이어 AI’ 모델은 좋은 참고가 된다. 엠파이어 AI는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시작한, 뉴욕주 주력산업인 금융과 의료 분야에 특화한 공공 AI 프로젝트다. 공공과 민간이 5억 달러를 조성해 투자했고 뉴욕주 정부, 10개 뉴욕주 회원대학, 비영리 연구기관이 만든 컨소시엄이 개발했다. 컴퓨팅센터는 뉴욕 주립대에 두었다. 엠파이어 AI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엠파이어 AI를 활용해 골드만삭스는 비용 절감을 이루었고, 여러 의료 AI 스타트업도 설립되었다.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파이렌은 1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서울이나 부산도 지역 기반 공공 AI를 구축해볼 만하다. 지방정부와 대학, 연구기관이 협업하여 컴퓨트 파워와 모델을 구축하고, 지역에 특화된 데이터로 학습시키면, 차별화된 경쟁력을 가진 서울 AI나 부산 AI를 만들 수 있다. AI에 기반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공공 지분을 획득하면 장기적인 미래 수익도 추구할 수 있다. 


3. AI 배당형 국부펀드


세 번째 방법은 AI 배당형 국부펀드를 조성하는 것이다. AI 혁신과 인프라 구축에 집중 투자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여 조성하는 기금이다. AI 국부펀드로 AI 기업이나 특수목적사업에 투자하고 공공 지분을 획득한다. 투자한 기업과 사업에서 발생한 이익은 ‘AI 배당’으로 국민에게 지급한다. AI 배당은 AI가 주는 기본소득이다.  

AI 국부펀드의 목적은 단지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한 AI 전환 초기 과정에 국가가 ‘앵커 투자자’가 되어 초기 위험을 부담하는 것이다. 닻(앵커)이 배를 고정하듯이, 국부펀드가 ‘이 사업을 책임지겠다’는 신호를 보내주면 민간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이끌 수 있다(유승경, 2025). 

AI 국부펀드는 단순한 투자펀드가 아니다. AI 기술, 데이터, 플랫폼, 인프라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과 지대를 국민 전체의 자산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마법이다. AI를 실업과 불평등을 불러낼 수도 있는 ‘사악한 지니’가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는 ‘착한 지니’로 바꿀 수 있다.


AI 배당형 국부펀드의 재원은 앞에서 다룬 모든 수익이 될 수 있다. 

조세(AI 초과이익세, AI 플랫폼세)
공공자산(GPU 클러스터, 데이터센터, 파운데이션모델 등) 임대료·사용료
공공 R&D로 개발한 기술 로얄티
국부펀드가 참여한 AI 사업 특수목적법인 지분 배당 또는 우선 수익 배분
국부펀드가 지원한 AI 스타트업 지분 배당, 장기 수익 배분

AI 국부펀드는 일정 시기까지는(예를 들어 5년) 수익이 나더라도 금액 전체를 재투자한다. 그 후에는 순이익의 50%를 국민배당으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역시 재투자하며 기금 규모를 키워간다. 펀드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기금의 독립적이고 투명한 운용을 제도화해야 한다. 국회의 인준을 받은 독립 이사회와 시민감시위원회를 둘 필요가 있다. 



진정한 AI 기본사회를 위하여


이상의 방법을 통해, 지속 가능한 AI 발전을 도모하면서 AI 발전의 이익은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나누는 AI 기본사회를 실현하자. AI 기본사회 구상이 불안한 국민을 설득하려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AI 이익공유제를 포함해야 한다. 진정한 AI 기본사회는 AI의 생산성을 원천으로 충분한 기본소득과 기본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토대 위에 누구나 존엄을 지키고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희망의 사회다.




참고문헌


『AI 미래』(김성완, 포르체, 2024)

「AI 빅테크와 공공 AI의 공익적 거버넌스 시사점」 (이재흥, ‘대한민국 대전환을 위한 AI 기본사회 실현 방안’ 토론회 발표, 2025)

「AI 확산 초기, 청년고용은 왜 감소하는가?」 (한국은행 조사국 고용연구팀, 2025)

「AI는 마르크스의 꿈을 꾸는가」 (홍기빈, 스켑틱 vol.43, 2025)

「대한민국 인공지능 행동계획안」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2025)

「산업 전환과 배당형 국부펀드」 (유승경, ‘대전환의 시대, 기본소득의 의미와 방향’ 국회 토론회 발표, 2025)

「AI capability threshold for rent-funded Univeral Basic Income in an AI-automated economy」 (Aran Nayebi, 2025)

「Artificially created scarcity: How AI turns abundance into shortage」 (Milton Ayoki, 2025)

「Computing Commons: Designing public compute for people and society」 (Matt Davies·Jai Vipra, Ada Lovelace Institute, 2025)

「Distributional AGI Safety」 (구글딥마인드, 2025)

「Fiscal policy can help broaden the gains of AI to humanity」 (IMF, 2024)

「Here’s How To Share AI’s Future Wealth」 (Saffron Huang·Sam Manning, NOEMA, 2025)

「Public AI White Paper」 (Bertelsmann Stiftung·Open Future,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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