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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을 신민주] 선거운동 일기✏️ 벽보가 훼손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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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기본소득당 작성일 : 2020.04.0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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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선거 운동을 하고 유니브페미에서 주관한 에브리타임 본사 앞 기자회견도 마친 후 사무실에 들렸다. 시민단체에서 보낸 정책 제안서를 다시 한 번 읽어보기 위해서였다. 엎드려서 글을 읽고 있었는데 선거사무장인 미정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좀 졸고 있었는데, 미정언니가 외치는 한 마디에 잠이 확 껬다. "벽보 훼손"이라는 단어가 들렸다.

바람 때문에 조금 떨어지거나 차에 긁히거나, 누군가 낙서를 해 놓은 것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것이라 믿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실제 상황을 확인해보니 그런 정도가 아니었다. 누가봐도 칼, 혹은 날카로운 못으로 사정없이 얼굴 부분을 난도질해버린게 보였으니까.

어떤 기분을 느껴야할까. 훼손된 벽보를 보는데 마치 남의 벽보를 보는 것처럼 어색했다. 일단 범인을 잡고, 정책 협약식에 갔다가 생각해봐야지. 아무일 없다는 듯이 사람들과 대화하고 웃으며 일정을 끝냈다.

그런데 골목에 CCTV도 없고 지문도 안 나왔다는 이야기를 뒤늦게 들었다. 완전히 계획적인 범행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유전자 감식 단계로 들어갔다.) 그 때부터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났다. 다른 나이 많은 남성 후보자들의 얼굴에 흠집 하나 없을때 왜 내 얼굴은 난도질이 되어야 할까. 억울했다.

저녁 선거운동 때, 처음으로 사람들이 나를 위협할 때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도망칠 것인가, 싸울 것인가. 정말로 누군가는 나에게 칼을 내밀지 않을까,라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벽보에 있는 내 얼굴을 난도질한 것처럼.

한참을 그런 고민들을 하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데 뜻밖의 일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고 격려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그 격려의 메시지들 때문에 아까까지 걱정하고 있는 일들을 말끔하게 잊고 선거운동을 해버리고 말았다. 선거운동이 끝난 이후 이동한 동네 밥집에서는 벽보 훼손에 대한 이야기를 사장님이 먼저 꺼내며 힘내라는 응원과 서비스 감튀를 주시기도 했다.

집으로 가는 길, 많은 연락을 받았다. 제각각 다른 응원과 격려의 말들을 전해주었다. 너무 많은 일이 터진 오늘이라서 알릴 타이밍을 놓쳤지만, 오늘 정성가득한 편지와 과자 선물을 받기도 했다. 너무 갑작스럽고 고마워서 조금 놀라고 쩰쩰 울며 그 선물을 받았는데, 하루종일 그 일이 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

우리는 같은 두려움을 경유하며 성장했다. 벽보 훼손에 대한 뉴스들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줄 것이라는 나의 편협한 생각과 다르게,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지지한다는 말을 해줬던 날이었다. 잠깐의 지지표현이 어떠한 사람들에게는 많은 것들을 걸어야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참으로 고맙고, 또 더 잘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 연락 주신 분들, 걱정해주신 분들께 감사함을 페이스북을 통해 밝히게 되었다. 내일도, 그 다음날도 나는 은평 어디에선가 유세를 하고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절망보다는 희망을 품고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지들을 고를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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