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용혜인 대표, 재정경제부 조세지출 전수조사 관련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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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혜인 대표, 재정경제부 조세지출 전수조사 관련 입장
《조세지출 정비, 재정경제부에 맡기지 말고 대통령 직속기구를 설치해야 합니다》
호남에서 한 달 간의 전국순회 의정보고회를 시작하며, 기본소득당이 생각하는 중요 정부 정책에 관하여 제 입장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조세지출 전수조사, 환영하지만 우려도 큽니다.
현재 재정경제부가 조세지출 정비를 위한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세금을 걷어서 환급이나 지원을 해줄 수도 있지 않느냐. 양극화 완화 및 소득 재분배 관점에서도 조세 정책을 고민해달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입니다.
이 대통령께서 핵심을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국민에게 혜택을 주는 재정사업으로서 재정지출과 조세지출이 소득과 자산 계층별로 어떤 차별적 영향을 미치는지 꿰뚫고 있습니다.
조세지출은 본질적으로 역진적입니다. 똑같은 액수의 재정을 재정지출이 아닌 조세지출로 사용하면 부자들과 대기업에게 혜택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양극화 완화 및 소득 재분배 관점'에서 조세지출을 정비하라는 것은, 역진적 조세지출을 줄이고 그렇게 확보된 세수를 중산층과 서민, 중소상공인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재정지출로 사용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통령 지시에 따른 재정경제부의 조세지출 조사를 환영합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가 과연 제대로 조사를 진행할지, 저는 그간의 경험과 판단에 비춰 비판적인 시각이 앞섭니다.
먼저, 조세지출 귀착 효과(실제로 누구에게 혜택이 돌아가는지) 분석을 신뢰할 수 없습니다. 재정경제부의 분석 방법론 자체가 이상하기 때문입니다.
2026년 조세지출예산서를 보면 2024년 조세지출 중 중·저소득자에게 67.5%, 고소득자에게 32.5% 혜택이 돌아간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 수치는 2025년과 2026년에도 크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것만 보면 조세 감면이 중산층 이하 서민들에게 압도적으로 많은 혜택을 주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요?
재경부의 2026년 중저소득자 기준은 전체 근로자 평균임금의 2배인 연 8700만원(월 725만원) 이하 소득자입니다. 2023년 근로소득 100분위 자료를 보면 연 8700만원이면 상위 7%에 드는 근로소득자입니다. 조세감면이 저소득 서민층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도록 애초에 '평균임금의 2배'라는 자의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중저소득자가 73%의 혜택을 받는 것으로 분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2023년 근로소득 100분위별 신용카드 소득공제 현황 자료를 통해 분석한 결과, 이와 정반대로 소득 상위 20%에 속하는 근로소득자 집단이 세액 감면액의 7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큰 문제도 있습니다. 소득 최상층에게 집중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상속세 감면은 소득 기준으로만 귀착 효과를 분석한다는 기준에 따라 집계조차 하지 않습니다.
올바른 귀착 효과 기준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대통령의 발언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가 도출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제가 재경부 분석이 신뢰하기 어렵고, 또 국민의 민생 현실과도 맞지 않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둘째로, 정부여당이 추진한 감세를 재경부가 공정하게 분석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입니다.
이미 분석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조세지출이 현 정부여당과 국민의힘 등 거대양당의 야합으로 통과된 것입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소득공제의 95%를 차지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지난해 세법 개정을 통해 자녀 1인당 기본공제액이 인상되었습니다. 기본소득당은 자영업자 소득 파악이라는 목적을 이미 달성했고 역진적이기도 한 이 제도를 축소해 확보될 5조원 규모 재원을 아동수당 확대(아동·청소년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수용되지 않았습니다.
수출대기업의 투자에 대한 통합투자세액 감면 역시 윤석열 정부부터 확대 일변도였고, 이는 이재명 정부 첫해의 세법 개정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수출대기업 경쟁력이 조세감면으로부터 확보될 수 있을지 면밀한 검토도 없었고, 수출의 낙수효과가 갈수록 떨어지는 변화된 상황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중국과의 기술패권경쟁에 돌입한 미국의 통상전략에 따라 현재 수출대기업의 국내 투자는 조세 변수보다 통상환경 변수가 압도적으로 크게 작용하는 상황입니다.
정부여당이 추진한 주요 조세 감면을 감세친화적인 재정경제부가 나서서 공정하게 그 효과를 분석하리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감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으면서 관행적으로 일몰 연장되어온 일부 조세의 정비로 귀결될 가능성이 큽니다. 저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봅니다.
조세지출 정비라는 칼을 꺼낸 김에 제대로 개혁을 하겠다면, 대안이 필요합니다.
재정경제부에 조세지출 정비를 맡기는 이상, 이미 결과는 예견됩니다. 역대 기획재정부가 매년 해왔던 바대로, 비중이 낮아 증세 효과가 없는 몇몇 조세지출의 폐지 수순에서 마무리될 것입니다.
현재 조세지출에 의한 국세감면액이 80조원 규모로, 이는 2026년 예산안의 11%에 달합니다. 따라서 조세지출 정비는 단순히 몇 개 항목을 손질하는 기술적 작업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재정정책의 근본 방향을 재설정하는 일입니다. 조세지출 정비 자체가 누가 조세 감면의 혜택을 받고 있는지, 그것이 과연 정당한지, 그 재원을 어디에 사용하는 것이 공정한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이런 전면적 개혁을 당사자인 재정경제부에 맡기는 것은 애초부터 한계가 명확합니다. 재경부는 그간 이러한 조세지출을 설계하고 운영해온 주체입니다. 자신들이 만들고 유지해온 제도를 스스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과감히 폐지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본소득당은 이재명 대통령께 제안합니다.
재정경제부가 아닌 대통령 직속 조세지출 정비 기구를 설치해야 합니다. 조세지출 정비를 위한 조사부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진행해야 합니다.
첫째, 독립성을 보장해야 합니다. 재정경제부로부터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과 인력을 갖춰야 합니다.
둘째, 시민사회 전문가가 참여해야 합니다. 조세 전문가, 재정학자뿐 아니라 복지·노동·중소상공인 등 각 분야의 시민사회 전문가가 참여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조세지출의 효과를 평가해야 합니다.
셋째, 전면적인 개혁안을 도출해야 합니다. 몇 개 항목의 손질이 아니라, 조세지출 전체 체계를 재설계하는 개혁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어떤 조세지출을 폐지하고, 그렇게 확보된 재원을 어떤 재정지출로 전환할 것인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짜야 합니다.
넷째, 국민과의 소통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조세지출 정비의 목적은 결국 국민의 불평등 완화와 미래투자를 위한 것입니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이재명 정부의 진정성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양극화 완화와 사회적 연대'를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습니다. 확장재정을 통한 민생 회복, 공정한 조세를 통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약속했습니다.
조세지출 정비는 바로 이 약속을 실현하는 핵심 고리입니다. 부자와 대기업에 집중된 역진적 조세 혜택을 바로잡고, 그 재원으로 서민과 중산층, 중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재정으로 전환하는 일입니다.
"조사는 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었다"는 결과로 끝난다면, 국정과제 완수는 구호에 그칠 것입니다.
대통령 직속 조세지출 정비 기구 설치로 조세지출 개혁, 이번 기회에 제대로 해야 합니다. 그것이 이재명 정부가 재벌과 부자 중심의 역진적 조세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국민에게 공정한 세금 공정한 혜택을 약속하는 실천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기본소득당은 이재명 정부가 계속해서 대한민국 구조개혁에 앞장서는 용감한 정부이기를 바라며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합니다. '책임지는 야당'답게 함께 고민하고, 함께 협력하겠습니다.
2026년 1월 9일
기본소득당 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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