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커밍」 여름호 (농활) 올여름, ‘2024 햇빛바람농활’을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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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김진서
기본소득당 청년·대학생위원장
여러분은 여름 하면 뭐가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작열하는 태양, 졸졸 흐르는 시냇물과 시원하게 익은 수박, 그리고 함께 하는 친구들! 매년 여름은 특별하고 반짝거리지만, 그 중 저에게 가장 특별했던 여름을 고르라면 단연 2016년의 여름입니다. 대학에 갓 입학해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던 저에게 (운동권) 선배가 농활을 가자고 제안했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처음 가본 농활에서 저는 평등한 공동체를 만드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농촌 주민들과 연대하는 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배웠습니다. 그 일주일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언젠가 다시 농활에 간다면 함께 간 이들에게 제가 그곳에서 느꼈던 놀라움과 깨달음을 꼭 전해주리라 다짐했었습니다.
지난 2월 창립한 청년·대학생위원회의 첫 대형 프로젝트이자 여름방학 기획으로 햇빛바람농활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햇빛바람농활을 어떻게 준비하게 되었는지, 또 햇빛바람농활은 어떤 내용으로 진행될지 자랑스럽게 소개하려고 합니다.
왜 농활에 가나요?
농활은 ‘농촌봉사활동’일까요, ‘농촌연대활동’일까요? 여전히 적지 않은 대학생들이 여름방학에 농활을 떠나지만, 농활이 농민과 학생 간 연대를 일궜던 역사와 의미를 기억하는 농활대는 많지 않습니다. 2024 햇빛바람농활은 농사일을 돕고 막걸리도 마시는 긴 MT 정도의 의미가 아닌 농촌과 연결되고 농민과 연대하는 농활을 그립니다.
농활은 1980년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1920년대의 농촌 계몽운동과 1930년대의 브나로드 운동, 1960년대 초 향토 개척단 운동같이 농촌의 무지를 계몽하겠다는 계몽주의·엘리트주의 성향의 운동이 있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를 거치며 농활은 계몽과 봉사를 넘어 농촌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하고 농촌의 변혁을 위해 노력하는 활동이 되었습니다. 당시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발행했던 《자유언론》 제26호에는 ‘농촌 현장에 들어가 농민들과의 만남을 통하여 모순의 척결을 지향하는 집단적이며 의식적인 활동’이라는 농활에 대한 규정이 실렸습니다. 우리가 이번 여름에 떠나는 ‘농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유신체제와 제5공화국 군사독재를 거치며 농활은 정부의 규제에 맞닥뜨리게 되었습니다. 전두환 군사정권은 1983년부터 대학생들의 농활을 ‘농민의식화 활동’이라 규정하고 농활대를 감시하고 방해했으며 경찰들이 농활대의 동태를 감시하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당시 농활대는 농민들보다 더 일찍 일어나 농사일을 하고 마을의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도맡으며 농촌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당시 농활대의 노력이 결국 농민들의 마음을 열었고 농민과 학생 사이에 연대의 싹이 나게 되었습니다.
특히 1984년 학원 자율화 조치와 1988년 정부의 농활 규제 완화 이후 농활대는 계속해서 늘어났습니다. 민주화와 함께 전국농민단체연합(전농)과 학생운동이 체계적으로 결합하며 연대의 규모와 질은 더욱 성장했습니다. 90년대 초중반에 이르러서는 전국적으로 10만여 명의 농활대가 활동하며 농민들과 학생들 사이의 연대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나 90년대 후반, IMF 외환위기와 2000년대 한국 사회 전반에 확산된 개인주의적 문화로 인해 학생사회 역시 이러한 사회 구조적 변화에 따라 점점 더 경쟁적인 취업 시장에 내몰리게 되었습니다. 대학에서는 농활의 규모가 축소되고 ‘연대’의 의미가 흐려졌으며, 농촌 사회는 FTA와 쌀 개방 정책 이후 129 2024 햇빛바람농활 불평등과 고령화로 인해 농민운동이 축소되어 농촌과 학생사회의 연대는 위축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다시 농촌에 연대의 문을 두드리려고 합니다. 농민은 이 사회에서 가장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이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농가의 주요 작물인 쌀의 소비량은 2023년에 역대 최저치로 내려갔습니다. 3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습니다. 대한민국 농민 65%의 연 농업소득은 1,200만 원이 되지 않습니다. 2018년~2022년 농가부채는 가구당 평균 3,564만 원으로 이전 조사 주기에 비해 약 30% 증가했습니다. 2021년 쌀값 폭락을 계기로 입안된 양곡관리법은 쌀 생산량이 평년보다 3~5% 이상 늘어나거나 쌀값이 5~8% 넘게 떨어지면 정부가 시장격리 조처에 나서도록 의무화하고 ‘논 타작물 재배 지원사업’(생산조정제)의 법적 근거를 만드는 것이 골자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농촌은 급격하게 소멸하고 있습니다.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 5개년 정책, 중공업 위주 지역 거점 성장 정책은 심각한 지역 불균형을 낳았습니다. 비수도권 지역, 특히 농촌의 경우 각종 사회·경제·문화적 발전에서 후순위로 밀려났고 이는 오늘날 농촌의 빈곤, 문화 소외, 고령화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산업화와 개방화 과정에서 취약해진 농촌에 이제는 기후변화에 의한 기후재난과 식량위기가 닥쳐옵니다. 농촌소멸은 농민의 삶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식량 생산 위기, 공동체 해체, 인접 도시의 연쇄적 쇠퇴 등 국가적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약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권위주의적 사회는 정의롭지도,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도 않습니다. 유례없는 초저출생 현상과 기후재난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체제 아래서 서로 공감하고 공유하며 공생하지 않으면 더는 살아남을 수 없음을 경고합니다. 누구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 구조는 누군가의 희생을 원료로 움직이는 기계장치처럼 움직입니다. 누군가의 희생 위에 움직이는 시스템을 공생의 시스템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햇빛바람연금, 신안으로!
한국의 지역소멸은 실로 심각합니다. 한국은 전체 시군구의 52%에 달하는 118곳이 소멸위험지역으로, 실로 과반수가 이미 소멸의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특히 신안은 소멸위험지수가 가장 높은 소멸고위험 지역이었습니다. 내륙에 비해 일조량이 많고 바람이 잘 부는 신안의 특성상 많은 주민들이 해방 이후 천일염 생산과 어업에 종사해왔습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천일염의 수요가 줄어들고 촌락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염전을 경영하기 어려운 주민들이 늘어났고, 태양광산업계에서는 염전을 태양광 발전소 부지로 임대해달라고 제안했습니다. 염전을 임대한 주민과 염전을 계속 경영하는 주민들 간의 격차가 생기며 마을공동체는 점점 약해졌습니다. 주민들은 아무런 공론화 없이 동네를 뒤덮는 태양광 발전소에 대한 염려가 늘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2018년에 3선에 성공한 박우량 신안군수는 「신안군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하고 주민설명회와 공청회를 거쳐 「신안군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여 신재생에너지 발전과 연계한 햇빛연금 도입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주민협동조합이 태양광 사업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태양광 발전에 참여하면 분기별로 10~60만 원을 지역 상품권으로 배당합니다. 발전소와 거주지 사이의 거리에 따라 차등으로 금액이 결정되는데, 발전소 주변 마을과 7세 미만 어린이는 가중치를 둬서 지급합니다. 또, 발전소가 없어 햇빛연금을 지급하지 않는 지역에서도 만 18세 미만 어린이와 청소년은 ‘햇빛아동수당’을 받습니다.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으로 지급하는 ‘햇빛연금’에 이어, 해상풍력 발전을 통한 ‘바람연금’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안의 햇빛과 바람은 주민 모두의 것”이라는 박우량 신안군수의 뜻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햇빛연금과 앞으로 다가올 바람연금을 통해 신안의 전통 산업이었던 염업을 넘어 신재생에너지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햇빛연금의 사례처럼 자연환경을 일부 개발업자들의 손에 맡겨두지 않고 주민 모두와 이익을 공유하는 것은 기본소득의 공유부 아이디어와 맞닿아 있습니다. 공유지라고도 불리는 공유부는 기여를 명확히 따질 수 없으므로 누구의 소유도 아닌 것, 모두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기, 물, 토지, 숲 등 자연물이 대표적입니다. 지금은 대부분의 자연물이 개인이나 회사의 소유로서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은 모두 소유자에게만 귀속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연물은 인류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며, 시공간적으로 특정한 누군가만이 소유하고 이용하는 것이 아니기에 지구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의 것입니다. 그렇기에 자연물의 공유부적 해석은 공유부로 인한 이익을 모두에게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자연물에 대한 책임을 나누는 것이기도 합니다. 공유부 기본소득은 주민들이 자신의 지역에 있는 자연을 더욱 아끼게 하여 난개발과 환경파괴를 막고, 자연물을 통한 이익을 나누어 모두가 공존하는 더 나은 환경을 가꾸어 나가게 할 수 있습니다.
신안은 햇빛연금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소멸 위기를 극복해냈습니다. 2024년 4월 기준 협동조합 가입률은 안좌도 85%, 자라도 84%, 지도 88%, 사옥도 90%, 임자도 92%로 주민의 대부분이 가입한 상태입니다. 햇빛연금과 그와 연계된 여러 복지 제도를 보고 신안으로 이주하겠다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983년에 11만 8천 명이던 신안군 인구는 지속적 감소세를 보여 2023년 4만 명 이하로 떨어졌으나, 햇빛연금을 시행하는 지역에서는 다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햇빛연금 시행 후 안좌도 인구는 184명 증가했고, 지도읍은 70명이 증가했습니다. 2024년 3월 기준 신안군 전체 인구는 지난해 기준 144명 늘어났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안군은 전남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이 되었습니다.
햇빛연금의 효과는 숫자와 통계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햇빛연금은 우리나라가 앞으로 닥쳐온 기후위기와 지방소멸을 해결할 실마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민주적 에너지 전환, 사람과 동식물 모두가 공존하는 생태적 에너지 전환을 통해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가려는 우리는 먼저 신안군의 햇빛연금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 걸어가 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지역소멸처럼 현재 지방이 직면한 사회문제에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올여름 신안으로 햇빛바람농활을 떠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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