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위원회 논평] 방송법에서 ‘성평등’ 삭제, 국회는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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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위원회 논평]
《방송법에서 ‘성평등’ 삭제, 국회는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하라》
지난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방송법 개정안의 심의규정에서 ‘성평등 및 성다양성 존중’ 문구를 삭제했다. 법사위 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박균태 의원은 ‘동성애 문제에 비판적 시각을 갖는 분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가 우려된다’라며 성소수자 시민의 존재 자체를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 국민의힘 조배숙 의원은 한술 더 떠 ‘성평등은 위험한 개념’, ‘젠더를 전제하기 때문에 잘못되었다’라며 이를 양성평등으로 되돌리자는 퇴행적 견해를 고수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여러 우려’를 이유로 들며 개정안의 문구를 ‘양성평등’ 존치로 정리했다. 그동안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 중 그 누구도 이 사안에 이의제기하지 않았다.
'성평등은 안 되지만 양성평등은 괜찮다', 그것이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공유한 인식일 것이다. 그러나 성평등을 부정하고 양성평등만 이뤄진 세상이란 있을 수 없다. 양성평등은 기존에 여성과 남성으로 나뉜 성역할을 전제하고 두 성의 균형을 맞추자는 개념이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의 개념과 역할 자체를 문제시하지 않으면 이 이분법에 속하지 못하는 성소수자들은 물론, '여성'과 '남성'이라는 이분법 안에서 사회적 차별의 대상이 되어 온 여성들도 진정한 평등을 누릴 수 없다. '성평등'을 배제한 이번 법사위의 결정은, 방송이라는 공적 영역에서 성소수자 차별은 물론 여성 차별도 배격하지 않겠다는 시대착오적 결정이다.
공공의 영역인 방송에서 성평등이 존재할 수 없다면 표현의 자유 역시 성립이 불가능하다. 표현의 자유는 모두가 공론장에 동등하게 설 수 있어야 성립하기 때문이다.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는 쉽게 지워지고 축소된다. 이들이 공론장에서 평등하게 대화할 수 없다면 '표현의 자유'는 '강자의 발언권'일 뿐이다. 따라서 모든 차별에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표현의 자유에 가장 가까워지는 길이다. 법사위의 퇴행적 결정이 더욱 유감스러운 이유는 12·3 내란 광장이라는 공론장에서 우리가 이미 차별받는 수많은 여성·성소수자 시민들의 발언을 마주했기 때문이다. 방송이 지향해야 할 공공성은 특정 시민의 정체성을 우려하고 배제하는 일이 아니다. 모든 시민이 차별받지 않으며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하게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국회는 법사위의 퇴행을 바로잡고, 본회의에서 ‘성평등 및 성다양성 존중’ 문구를 복원한 수정안을 다시 상정·의결해야 한다.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공론장의 모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광장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평등을 바라는 시민들과 함께 나아가자.
2025년 12월 24일
기본소득당 여성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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