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용혜인, "탄소세 빠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결국에는 기본소득 탄소세 해야 할 겁니다."
탄소세 빠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결국에는 기본소득 탄소세 해야 할 겁니다.
EU가 탄소국경세 도입하고 대선에서 탄소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제가 3월에 발의한 기본소득 탄소세 법안이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내 모든 탄소 배출원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고, 거둔 세금을 모든 국민들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내용이죠. 경총, 전경련 같은 경제단체들은 조건반사로 ‘산업경쟁력 저하’를 주문처럼 외고 있고, 보수언론들은 포퓰리즘이라는 딱지를 붙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탄소세는 기업에 부담이 된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비난은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것입니다. 탄소를 배출해 기업이 이익을 내면, 그로 인한 기후위기의 부작용들은 우리 모두가 부담해야 합니다. 심지어 에너지를 많이 쓰지도 않는 저소득층에게 재난의 위협은 훨씬 크죠. 그 비용은 부담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마땅히 탄소배출자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인 겁니다.
기술을 개발해 탄소배출량을 낮추더라도 제품가격이 비싸면 그 노력은 소비자들이 알아주지 않습니다. 탄소를 양껏 배출하며 생산한 제품이 가격경쟁력을 가지는 한 아무도 탄소를 저감하려는 기술 개발을 하려 하지 않을 겁니다. 탄소세는 이를 교정해 탈탄소 사회로 이행을 유도하려는 노력입니다.
탄소세의 적정 수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겠죠. 제 법안도 낮은 수준부터 출발해 적응 기간을 두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부담을 이유로 아예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 어떡하나요?>
수출경쟁력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이렇게 답하고 싶습니다. 지금처럼 ‘탄소 중독’에 취해 있다 세계시장에서 도태되고 기피산업으로 낙인찍히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위기를 낳을 겁니다. 더 이상 지구를 위기로 몰아가며 이윤을 남기는 것을 국제사회가 용납하지 않습니다. EU의 탄소국경세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미국도 탄소국경세 도입을 예고했습니다. 점점 많은 나라들이 탄소배출규제에 동참할 겁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출경쟁력을 고려한다면 탈탄소 생산체제를 빠르게 구축하는게 정답입니다. 탄소세를 부과해오고 있는 EU국가들은 산업경쟁력을 지키면서도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저감기술의 선도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기술경쟁력은 세금감면이나 연구비 지원 따위에서 나오는 게 아닙니다. 사회의 체질에서,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서 비로소 경쟁력있는 기술이 나오는 거죠.
오랫동안 탄소를 배출하며 그 이익을 누려온 유럽국가들이 자신들의 우위를 앞세워 후발국가들의 사다리를 걷어찬다는 지적도 있죠. 맞습니다. 때문에 그들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탄소를 감축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한국, 인도 등 후발국가들의 탄소배출 급증세를 저지하지 못하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예컨대 아동노동으로 자본을 축적한 서구사회의 야만과 위선을 비난할 수 있죠. 하지만 우리도 경제성장을 위해 너희들이 예전에 했던 것처럼 아동노동을 인정하겠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차라리 선도적으로 변화하여 모범을 보이는 편이 장기적으로 우월 전략입니다. 이래야 중국, 인도 등 후발국에 대해서도 탄소배출 규제를 이야기하고, 선진국에 대해서는 기술 공여 등 양보를 주장할 명분이 생깁니다. 이런 협력과정을 통해 탄소세를 공통의 국제조세로 만들어 무역경쟁력의 균형을 회복해 가는 게 덜 돌아가는 길입니다.
<배출권거래제가 아니라 탄소세인 이유?>
배출권거래제가 있는데 왜 굳이 탄소세를 도입하냐는 이야기도 있더군요. 단호히 말씀드리건대, 현 수준 제도로는 탄소배출 증가 추세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습니다. 사실상 지금까지 거의 무상으로 탄소배출권을 기업에 나눠주고 있고 거래시장 규모도 1조원이 채 되지 않아 조정기능이 미약합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탄소배출량은 OECD국가 중 6위, 1인당 탄소배출량은 4위로 세계 최고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배출권거래제가 시행되고 있는데 말이죠. 탄소의 배출이 인류에게 위협이 되는 현실적 경제적 부담이라는 행위라는 것을 모든 경제주체에게 인식시키지 않는 한 탄소감축은 요원하다고 봅니다. 배출권거래제와 탄소세를 병행하고 우리도 탄소국경세를 도입해야 합니다. 유상으로 배출된 건에 대해서는 탄소세를 환급해주면 됩니다.
<탄소세로 거둔 세금은 탄소감축에만 써야하는 것 아닌가요?>
거둔 탄소세를 왜 굳이 배당을 하느냐는 비판도 검토해 보겠습니다. 탄소세는 전반적 물가상승을 불러와 가계에 타격을 입히고 조세저항을 불러올 위험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노랑조끼 저항운동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따라서 모든 국민들에게 탄소세수를 균등하게 배당해서 실질소득 감소를 막자는 아이디어입니다. 에너지 소비가 적은 저소득층에게는 훨씬 이득이 될 수 있죠. 제가 만든 모델은 1인당 월 5-10만원을 배당할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배출에 정당한 가격을 물리면서도 가계의 부담을 줄여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제도가 왜 포퓰리즘인가요? 기본소득 탄소세야말로 ‘리얼리즘’입니다.
탄소세 일부를 에너지 전환사업에 전용하는 것도 고려해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전액을 배당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충분하게 배당하지 않는다면 오른 물가 때문에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인식이 높아져 제도의 효능감을 크게 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에너지 전환 재원은 따로 예산을 편성해도 됩니다.
<기본소득 탄소세, 늦장부리다가 도태될 수 있습니다>
획기적인 탄소감축으로 빠른 시일 내에 탄소중립으로 가야 하는 건 이견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미 수십수백년만에 한번 있을 기후재앙이 세계 곳곳에서 수시로 일어나고 있고, 대한민국 국민들 역시 빈번한 폭염과 혹한, 폭우와 폭설에 시달립니다. 과학자들은 예고편에 불과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까지 합니다. 기후위기는 경제질서 자체를 바꾸고 있습니다. 석탄은 퇴출되고, 탄소를 배출해 이익을 남기는 산업들은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습니다. 느긋하게 기술혁신을 기다리며 적당히 꾸물꾸물 따라가도 된다는 현실인식은 버려야 합니다.
지금까지 경제단체들과 보수언론들이 학을 떼고 비난했던 제도들을 상기해 봅시다. 주 5일제, 기초연금, 최저임금, 육아휴직급여, 주40시간 근로, 고용보험 확대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제도가 없거나 유명무실한 세상을 상상하실 수 있나요? 이들의 반대는 곧 우리가 성취해야 할 미래를 반증하는 것이라도 해도 좋을 겁니다. 작년 국정감사에서 저의 기본소득 탄소세 검토 요청에 비현실적이라 답했던 기획재정부가 올해 탄소세 도입 관련 용역을 맡겼죠. 기본소득 탄소세는 피할 수 없는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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