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당 당대표 용혜인입니다.

우리는 또 다시 꿈 많던 청년 노동자 한 명을 떠나보냈습니다.

그가 살아갔어야 하는 삶은 더 이어지지 못하고,

생전의 그가 손에 쥐고다녔던 수첩에만 남아 있습니다.

비통한 마음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그리고 어렵게 용기내어 이 자리에

함께해주고 계신 유가족분들께도

고개숙여 위로와 애도의 인사를 전합니다.

건실했던 19살 청년이 입사한지

반 년만에 죽음을 맞았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그의 죽음이 낯설지 않다는 것입니다.

구의역 청년 노동자 김군, 제주 생수공장 이민호님

여수 요트회사 현장실습생 홍정운님,

spc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23살 노동자까지.

수많은 노동자들의 죽음으로 만들어지고,

이제 ’기본 중의 기본‘이 되었어야 할

2인 1조 근무수칙이 또다시 지켜지지 않아,

또 다시 같은 비극이 반복되었습니다.

회사는 사망의 책임이 없다고 부정하고 있지만,

적어도 사측이 2인1조 근무수칙을 지키기만이라도 했다면,

그가 쓰러졌을 때 빠른 응급조치로 살려낼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그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사측의 책임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노동현장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던 전주 페이퍼공장은

황화수소 누출 가능성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조사가 시작되기 직전,

사고현장의 배관과 탱스를 물청소했습니다.

고인이 왜 죽었어야 했는지,

그 원인이라도 알 수 있는 단서가 될 현장을

하루아침에 물로 씻어낸 것입니다.

사측은 ’사고 당일과 비슷한 현장을 만들기 위해‘

물청소를 했다고 변명하지만,

사고가 난 당일은 배관청소를 한 지

6일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전주 페이퍼공장은 명명백백한 거짓말로

일관하는 것도 모자라,

고인의 체중을 사고원인으로 치부하는 발언까지 일삼으며

유가족의 가슴에 또 비수를 꽂았습니다.

건강했던 청년이 하루 아침에

죽음을 맞았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명명백백 밝혀야 할 고용노동부의 책임이 무겁습니다.

고용노동부 전주지청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한 점의 의혹도 남지 않도록

엄중하게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미래를 꿈꾸며 치열하게 살아갔던 청년이,

미래를 잃었습니다.

생애 첫 일터에서 삶을 잃어야 하는

노동자들의 반복되는 비극 앞에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기본소득당은 페이퍼 노동자의 사고가

명명백백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유가족과 시민의 곁에서 함께 연대해나가겠습니다.

더 나아가 비극의 굴레를 끊어낼 수 있도록,

모든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이 지켜지는

노동환경을 끈질기게 만들어나가겠습니다.

그 누구의 미래도 빼앗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변화를 만들어내겠습니다.

2024년 7월 2일

기본소득당 당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