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면브리핑] 노서영 여성위원장,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 방향부터 틀렸습니다"
<부작용만 문제가 아니고 방향부터 틀렸다>
―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한 국정감사에 부쳐 ―
16일 서울시 국정감사에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오는 12월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은 맞벌이·한부모·다자녀 가정 등을 대상으로 일정 기준을 통과해 선발된 100명의 외국인 가사관리사를 매칭해주는 서비스다. “아이 때문에 여성이 일과 경력을 포기하는 경우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게 제안 근거였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출산율 제고를 사업목표로 명시하고도 제도와 목표의 상관관계를 증명해내지 못하는 점, 가사노동을 외주화해서 이주노동자에 대한 착취를 합법화하고 돌봄의 책임을 개별 가정의 몫으로 전가하려는 점을 주요하게 지적했다. 오 시장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출생률이 높아질 것이라 장담하며 “시범사업 중 인권침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도 “외국인 가사관리사의 임금을 현재 월 20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줄이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는 모순적인 입장을 밝혔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적극 주장하는 사람은 오 시장뿐 아니다. 얼마 전 국민의힘에 입당한 조정훈 의원 또한 지난 3월 외국인 가사노동자를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싼값에 부릴 수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가 있다면 저출생이 해결될 거라는 이들의 조악한 논리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단어는 ‘경력단절여성’과 ‘일·가정양립’이다. 여성이 일·가정양립이 불가능한 노동환경과 독박가사 및 독박육아에 떠밀려 경력단절을 겪는 현실을 문제라고 짚었지만, 이 문제를 전혀 해결해주지 않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해결책으로 내놓은 것이다. 남성중심사회에서 돌봄의 책임은 사회와 일터로부터 가정으로, 남성으로부터 여성에게로 떠넘겨졌고, 거듭되는 과정에서 돌봄은 점점 하찮고 기피해야 할 일로 폄하되었다.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월 100만원에 고용할 수 있게 하는 제도는 이제 돌봄을 내국인에게서 외국인으로 떠넘기고 돌봄의 가치 절하를 반복하는 일에 지나지 않는다.
여전히 돌봄을 ‘위대한 모성애’나 ‘여자의 허드렛일’로 여기는 사고방식에 기반한 정책으로 돌봄 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돌봄 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데도, 돌봄노동자의 임금을 깎으며 그 가치는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서 돌봄은 언제나 위기 상태일 수밖에 없다. 여성이 일과 가정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을 때 정치가 돌봄을 누구에게 싼값에 떠넘길지를 고민하는 한 돌봄은 계속해서 누군가가 부당하게 떠안은 무언가에 머물고, 그 누군가의 자리는 여성, 이주민, 그리고 사회가 부당하게 대해도 된다고 믿는 또 다른 사회적 약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 정치가 진정으로 던져야 하는 질문은 ‘왜 이 사회는 그 두 가지를 선택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만들었는지, 그리고 왜 그 선택이 자주 여성에게만 전가되는지’다. 노동 시간 단축과 기본소득 도입으로 모두가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을 때, 사람들의 일상에 나와 타인을 돌볼 충분한 여유가 생겼을 때 비로소 돌봄의 가치가 다시 논의될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은 돌봄의 위기를 해결하는 길과는 방향이 달라도 한참 다르다.
2023년 10월 20일
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노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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