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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용혜인 상임대표 <라면 가격 50원 낮춘 추경호 부총리, 정치하지 말고 경제합시다>

작성자
대변인실
작성일
2023-06-28 15:30
조회
2283

라면 가격 50원 낮춘 추경호 부총리,


정치하지 말고 경제합시다


7월부터 농심의 봉지 신라면 가격이 50원, 새우깡 가격이 100원 내립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지난 6월 18일 방송에 나와 라면 가격 인하 필요를 언급한지 불과 10일 만입니다. 라면 가격의 인하는 1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라면 전체 가격이 5% 정도 내려간다고 가정한 뒤, 국내 라면시장 매출액과 가구수를 종합해 가구당 가격 인하 효과를 추정해 보았습니다. 올해 남은 6개월 동안 가구당 총 3,000원 정도입니다. 반면 주택용 도시가스의 2023년 도매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33.3%가 인상됐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 사용되는 도시가스 가격 인상분이 라면 가격 인하분을 잠식하고도 남을 것입니다.


정부가 시장 가격에 개입하는 것 자체에 대해 시장원리주의에 입각한 비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가 라면 가격에 개입하는 것이 적절한가, 가격에 개입하더라도 그 방법이 적절한가가 제가 이야기하려는 요지입니다.


라면은 비록 매출액 점유율서 4개 업체의 과점 체계이기는 하지만, 누구도 특정 업체가 가격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상품 종류가 엄청나게 다양할뿐더러 상호 가격 경쟁이 치열한, 완전경쟁 상품에 비교적 근접한 상품으로 평가합니다. 더구나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27%에 불과합니다. 이로부터 라면 시장은 정부의 가격 개입이 불필요한 시장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도출됩니다.


정부가 가격에 개입하는 방식은 더 문제적입니다. 만약 시장지배적 사업자들 사이에 담합에 의해 내려가야 할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상황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공동행위 감독행정으로 이를 시정하는 것이 이미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윤석열 정권식 관치 경제와 다른, 제도로 작동하는 시장 경제의 모습입니다.


추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추진 발언이 나온 뒤로, 라면 업계의 주식 가격이 큰 폭 떨어졌습니다. 시장은 라면 업계가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정부가 국세청이나 공정위 등과 같은 기구들을 동원해 이들 업계를 ‘괴롭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경력 전체에 걸쳐 시장주의자를 공언해왔던 추경호 부총리가, 정부가 지닌 칼자루를 가지고 업체를 압박해 가격 인하를 받아내는 모습, 참 기이합니다.


어쨌든 추 부총리의 라면 가격 인하, 잇단 라면 회사들의 항변 그 이후, 떨어지지 않은 밀가루 가격으로 문제가 확산되었습니다. 농림식품수산부가 나서서 제분사들에게 밀가루 가격 인하를 요청한 것입니다. 제분사들은 인하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농림식품수산부의 개입 방식도 정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 대부분 밀을 정부 조직을 통해 수입합니다. 그리고 밀가루 재판매 가격 변동을 6개월에 1회로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우크라이나 전쟁 시기 국제 밀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가격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농림식품수산부가 하는 일은 일본처럼 제도화된 방식이 아니라 밀 제분사들로 하여금 정부 말을 안 들으면 피해를 당할 수 있다고 압박을 가하는 방식입니다.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 밀가루 가격이 내려간다고 해서, 소비자들이 실제로 접하는 식당의 냉면, 국수, 튀김 등의 밀가루 조리식품 가격이 내려갈까요? 절대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가계에 미치는 물가 인하 효과가 너무나 미미한 라면 가격 인하를 무슨 민생경제 구제의 상징이라도 되는 양 추진하고, 그것도 시장 원리와 정면 배치되는 관치 경제를 동원하는 추경호 부총리의 속내는 방송 발언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추 부총리는“생활현장에 국민들께서 느끼시는 체감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의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1년 차에 국민들의 경제적 삶의 질이 추락하고, 성장, 수출, 물가, 고용 등 거시경제지표의 계속적인 악화일로에서 정부가 뭔가 민생을 챙기는 것 같은 효과를 내는 상품으로 서민 친화성이 높아 보이는 라면을 고른 것입니다. 저는 우리 국민들이 과연 본연의 바람직한 경제부총리 역할 대신 포퓰리즘 ‘정치’를 하는 모습에 표심을 내어줄까 회의적입니다.


통계청 2023년 1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가계의 월평균 소득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반면 지출은 11.1% 증가해 지출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의 2.4배나 됩니다. 지난주 발표한 한국은행 2023 금융안정보고서는 2023년 1분기 가계의 기업의 대출 연체율이 심상치 않게 상승했음을 보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취약차주에 해당하는 자영업자의 연체 위험률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올해 1.5%까지 낮춰진 경제 성장 전망치로는 물가 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소득 정체가 계속될 것입니다. 이는 아직까지는 지표상으로 거시금융 안정성 위험 수위에 이르지 않은, 민간 대출의 부실 위험을 더욱 키울 수 있습니다.


상식적인 경제부처 수장이라면, 우리 힘으로 당분간 제어하기 힘든 수출 부문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내수 진작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를 위해 윤석열 정부를 향해 누구보다 먼저 추경 편성의 필요를 얘기할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작은 정부, 긴축 재정이라는 기조에 충성하는 추 부총리는 추경의 가능성조차도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장 근본주의자로서 정체성을 보이는 경제부총리가 최대로 잡아도 가구당 연 3000원의 물가인하 효과가 있는 라면 가격 인하에는 관치 경제의 수단을 동원하고 있는 것입니다.


추경호 부총리님,


라면가격 인하 난리는 윤석열 정권의 제2의 “밥 한 공기 다 먹기 운동”일 뿐이란 것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올해 가구당 3,000원 인하 효과가 있는 라면 가격 인하로 정부 경제 실정에 허덕이는 민심을 달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어설픈 정치하지 말고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고민하라는 얘깁니다.

그러니 추경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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