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용혜인 상임대표 ≪기술 혁신과 노동자의 권리, 공존의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기술 혁신과 노동자의 권리, 공존의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날씨가 화창한 오늘, 골목을 누비며 도로 위를 달려야 할
배달 노동자들이 이 곳 여의도에 모였습니다.
오늘 이 중요한 자리에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뜻깊습니다.
지극히도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를 실현하기 위해,
배달 노동자들이 거리에 서야 하는 현실을 무겁게 자각하며,
이 곳 여의도에서 일하는 한 명의 국회의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라이더자격제와 대행사등록제, 생활임금 보장,
알고리즘 협상권 보장이라는 오늘 라이더들의 세 가지 요구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코로나19 이후 온전히 필수 노동이 된 라이더들의 안전과 생존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입니다.
대표적인 특수고용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는 배달노동자들이 노동법상의 권리를 되찾기 위해 꼭 필요한 요구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겐 어렵게 보이고,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저 장시간 노동에 지쳐 쓰러지지 않게 해달라,
최소한 과속하다 다치고 아프지 않게 해달라는 간명한 요구입니다.
배달노동은 음식뿐만 아니라, 생필품과 취미용품까지 확대되고 있지만 현장은 계속 위험해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재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산재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 바로 배달 노동자들입니다.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여간의 배달 노동자들의 산재 현황을 살피어봤을 때, 배달라이더는 일반 산재사망자에 비해서 4배, 재해는 7배에 달하는 위험에 처해 있었습니다.
산재법에서도 ‘전속성’ 규정 때문에 모든 라이더에게 적용이 되지 않다가 라이더유니온의 투쟁으로 올해 7월부터야 ‘노무제공자’라는 이름으로 보호될 예정이고, 노동시간, 휴가, 퇴직금 등 다른 노동법들은 전혀 보장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배달라이더의 임금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배달료조차
사실상 10년 동안 동결되어 있습니다.
최소한의 임금 보장을 위해 화물노동종사자에게 안전운임제를 비롯한 정책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 것처럼, 배달라이더들에게도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망이 필요하다는 건 이미 사회적 공론이 충분합니다.
더군다나 가게마다, 거리마다, 시간마다 플랫폼의 자의적 사정에 따라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배달료로 노동자의 생계가 휘둘려선 안 될 것입니다.
라이더유니온이 우리 사회에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알려온 배달의민족을 비롯한 대형배달플랫폼의 알고리즘 공개와 노동자 협상권이 중요한 이유도 같습니다.
배달앱 기업들은 그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라이더에게 사실상의 업무지시를 내리면서도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고 업무 책임 또한 노동자에게 전가해왔습니다.
라이더의 수락률이나 배달 평점을 통해 라이더가 배차를 거절할 수 없는 자기통제 구조를 교묘하게 짜오면서도, 이용자의 편익만을 이유로 배달료와 배달시간을 줄이는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알파고 이후 챗GPT의 공개로 우리 사회는 가파른 기술 혁신에 경이를 느끼면서도, 일자리 대체와 통제를 강화하며 인간의 존엄을 상실하도록 만드는 위험에 직면해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 유수의 개발자들이 그 위험을 경고하며 개발 중단을 선언한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습니다.
라이더는 플랫폼 노동의 문제를 직접 몸으로 받아내고 체감해온 대표적인 직업군입니다.
대형 플랫폼의 알고리즘 공개와 노동자 협상권 문제는 향후 노동과 플랫폼이 접속하면서 생길 수많은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필수적 조치입니다.
라이더만의 고독하고 지엽적인 주장이 아니라,
디지털 위기에 직면한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함께 고민하고 연대해야 할 주제이기도 합니다.
저와 기본소득당은 기술 혁신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결실을 라이더가,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이 중대한 도전에 적극 해법을 마련해 나가겠습니다.
기본소득 또한 그러한 해법 중 하나입니다.
기본소득당이 제시하는 기본소득은 소득만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거대한 자본이 기술 혁신의 이익을 독점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한 대안입니다.
국가가 아무런 대가 없이 부자 플랫폼 기업에
투자하고 지원하지 않고,
투자하고 지원한 그 자원만큼 기업의 지분권을 갖고
그 결실을 모두에게 나눠주자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플랫폼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면서도, 기술 혁신으로 소외되는 노동과 소득의 손실을 되찾아올 수 있게 됩니다. 기술 발전으로 점점 불안정해지는 생활 속에서 모두에게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고 여유를 누리도록 삶을 바꿀 수 있습니다.
국민이 노동자이자 데이터의 주인으로 플랫폼 자본의 통제권을 갖고 그 결실을 누릴 수 있어야, 플랫폼에게도 더 큰 기회와 미래가 생기는 사회혁신을 이뤄가야 합니다.
공교롭게도 오늘은 윤석열 정부가 취임한 지 1년이 되는 해입니다.
1년 전 오늘, 이곳 국회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를 말했던 대통령은 이제 헌법상의 권리도 부정해가며 ‘노동조합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살기 위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는 가슴 아픈 호소를 외면하고 배달노동자를 비롯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놓여 있는 안전과 생존의 문제는 나몰라라하며, 아집과 편향된 이념의 잣대로 노동자를 탄압하고 사지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퇴행에 주눅들지 않고 단호한 싸움을 해나갑시다.
노동자의 안전과 목숨을 지키는 것이 모든 국민의 안전과 생계를 지키는 일이라는 것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합니다.
오늘 여러분의 투쟁이 거대한 위기 속에서 공멸이 아니라
공존의 길을 열어가는 일이라는 걸 꼭 기억해주십시오.
배달노동자가 정당한 권리를 누리는 사회, 누구나 안전하고 건강하게 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이 길에, 기본소득당도 늘 함께해나가겠습니다.
2023년 5월 10일
라이더대행진에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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