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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9주기,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다시 마주하며》

세월호 참사 이후 9번째 봄입니다. 오랜만에 뵙는 세월호 유가족분들 그리고 세월호를 기억하며 오늘 이곳까지 함께 걸어오신 시민분들께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9년 전 4월 16일, 저는 스물다섯살 대학생이었습니다. 뉴스에서 하루 종일 나왔던 그 배에서 사실 계속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그 순간의 충격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그리고 같은 해 4월 30일, 내 가족이 왜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진도에서 서울까지 가겠다며 걷던 유가족분들의 모습, 그리고 영정사진을 안고 있던 유가족을 경찰이 가로막아서는 것을 바라보았을 때의 충격 역시 나사못처럼 마음에 박혀 있습니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시작했던 것이 “가만히 있으라” 추모행진이었습니다.

국화꽃 한 송이, 피켓 하나를 쥐고 참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걸었습니다. 그리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때로는 비정한 정부의 방해에 가로막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참사를 마주하는 이들과 함께 우리의 힘을 믿으며 한 발짝일지언정, 물러서지 않고 나아가고자 했습니다.

9년 전 세월호 참사가 저에게 준 질문은

“국가란 국민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습니다.

300명의 국민을 잃은 참사 앞에서도

경제 손실을 따지는 국가.

유가족과 기억하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과정을

정치라고 부르는 국가.

한없이 무능하다가도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탄압하는 데는 놀라우리만치 유능하던 국가.

세월호를 침몰하게 했던 ‘인간보다 이윤’ 뿐인 이 국가를 뿌리째 바꿔내는 것이야말로, 제가 해야 할 추모의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국화꽃 한 송이를 쥐고 시작한 걸음이 9년이 흘러 지금 저를 여기에 있게 만들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9년, 저는 다시금 "국가란 국민에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합니다. 반복되는 참사 앞에서 9년 전 세월호 참사를 대했던 국가의 해태 역시 그대로, 아니 더욱 냉혹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를 시작했던 한 사람으로서, 저에게 여전히 무거운 소임이 남아 있음을 깨닫습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야한다"라던 참사 유가족분들의 외침이 실현될 수 있도록, 더욱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8년여의 진상규명 과정 끝에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80여개의 권고가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그래서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절실히 바랬던 안전 사회 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으로서 끝까지 소임을 다하겠습니다. 더 나아가 이태원 참사의 온전한 진상규명으로 국가에 대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9년동안 그래왔듯, 안전사회를 위해 싸워온 유가족분들과 시민들의 곁에 함께 서 있겠습니다.

앞으로 함께 걸어나가겠습니다.

2023년 4월 8일

세월호 참사 9주기 시민대회에서

기본소득당 상임대표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