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의장 면담에서의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모두발언입니다.

의장님, 시간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경찰의 꼬리자르기식 셀프 수사로는 참사 당시 일선 공무원들의 대응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사전에 안전대책을 철저히 준비해야 했던 책임자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형사적 책임만이 아니라 참사를 만들었던 총체적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국회의 역할일 것입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국정조사가 정쟁이라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때에도 9번 조사했다며 국정조사 무용론을 말합니다. 당시 25살 대학생이었던 저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때 왜 9번 조사했습니까? 바로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부가 조직적으로 집요하게 진상규명을 방해했기 때문이 아닙니까? 이번에도 그렇게 방해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생각합니다. 조건 없이 국정조사에 임하는 것이 국민과 희생자 유족에 대한 도리입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9번이나 진상조사를 해야 했던 그 아픔을 이번만큼은 반복하지 않도록 국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정쟁 프레임을 씌우고, 참사를 사고로 축소하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국민의힘이야말로 정쟁에 가장 몰두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설치했던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권고사항이 발표되었습니다. 독립적 재난조사기구를 설치하라는 권고를 정부여당은 여전히 모르쇠하고 있습니다. 권고사항 중 하나인 독립적 재난조사기구가 설치되었었다면 지금 이런 혼란은 없지 않았을까 아쉽습니다. 국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할 때입니다.

세월호 참사로 또래를 떠나보낸 세월호 세대로서, 이태원 참사로 또다시 또래를 떠나보낸 한 사람으로서 '국가는 어디에 있었나'라는 국민의 절규에 아프게 공감합니다. 국회의장님을 비롯한 선배동료 의원님들도 이번만큼은 달라야 한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국정조사 요구에 임하고 있을 것이고, 기본소득당과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8년 전 거리에서 국회의 모습을 아프게 바라봤던 세월호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의장께 간곡히 요청합니다. 이번만큼은 다른 모습을 국회가 국민께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여당을 설득해주시되, 원칙적이고 단호하게 국회가 국정조사를 통해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주시길 바랍니다. 안전한 공동체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회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결단해주시길 요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