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으로 보기

청년 정치를 명분으로 내건 거대 정당들의 돈 놓고 돈 먹기

오늘 국회에서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선거권자 1명당 100원으로 계산한 '청년추천보조금'을 전체 지역구의 100분의 10 이상 추천한 정당에 지급하는 내용입니다.

명분은 그럴듯합니다. 청년의원이 전체의원의 4.3%에 불과해 과소대표되고 있고, 청년들의 의견이 법과 제도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러나 예상되는 결과는 뻔합니다.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지역구 253개 중 청년 후보를 26명 이상 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처럼 수백억의 국고보조금을 받는 정당에서 26명의 후보를 내는 것쯤이야 큰일이 아닐 수 있지만, 대안정당을 자임하는 신생정당, 소수정당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아니면, 여성추천보조금처럼 전 지역구에 출마를 시킬 수 있는 정당 중, 보조금 지급 기준을 충족한 정당이 없어서 또다시 의석수에 따라 보조금을 분배하는 일이 발생할 것입니다. 청년 정치를 활성화하겠다는 제도의 취지는 유명무실화되고, 큰 정당들이 보조금을 독식할 것입니다

결국 수백억씩 보조금을 받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가져갈 국고보조금이 더 늘어난 셈입니다.

대안은 있습니다.

첫째, 꼭 청년추천보조금을 신설해야겠다면 '전 지역구' 기준이 아니라 공천한 후보 중 청년 후보의 비율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각 정당이 최소기준만 충족시키는 구색 맞추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 내에서 청년 정치인들의 등장을 비율로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실질적인 조치입니다.

두 번째 방안은 청년 후보들의 기탁금을 인하하는 것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지역구 선거를 하면 '집 한 채 값을 태운다'고들 합니다. 청년들에겐 태울 수 있는 돈은커녕, 당장 전세보증금 마련하기도 어렵습니다. 이런 청년들이 조금 더 쉽게 출마의 마음을 먹을 수 있도록, 청년후보자들의 기탁금을 종전의 30%로 낮추어 경제적 장벽을 허물어야 합니다. 이미 국고보조금 받는 정당들에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출마를 고민하는 청년들을 직접 지원한다는 측면에서 더 실효성 있는 방안입니다.

저는 해당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이미 2020년 임기 시작과 함께 발의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정개특위에도 상정이 되었지만, 정개특위는 결국 정당들에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 그것도 거대정당들에게만 유리한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청년정치인으로서, 그리고 평균나이 27세의 가장 젊은 정당의 원내대표로서 저는 오늘 개정안에 반대표결 했습니다.

청년 정치는 큰 정당들이 보조금 몇억 더 받는 것으로 성장하지 않습니다.

오늘 국회의 정치자금법 개정안 의결에 유감을 표합니다.

2022.02.14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 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