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용혜인, "1,000만 원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반대합니다"
[1,000만 원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반대합니다]
-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정의롭고 효과도 좋습니다.
지난 2월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2022년 1차 추가경정예산의 소상공인 방역지원금을 정부안 300만 원에서 700만 원 증액하여 1,000만 원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방역지원금 증액 예산만 22.4조 원입니다.
저는 오늘 소상공인 방역지원금 1,000만 원 지급을 위한 추경 증액에 반대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소상공인의 고통을 몰라서도 아니고 재정 건전성을 걱정해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소상공인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는 처지에서 방역지원금 1,000만 원 상향을 반대한다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습니다만, 한국전쟁 이후 처음 있는 1월 추경, 그만큼 제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반대 의견을 밝힙니다.
제가 반대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방역지원금 1,000만 원이 정부안 300만 원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심각한 형평성 문제를 일으키고 결과적으로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것입니다.
소외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집단은 근로소득자들입니다. 국세청 2020년 근로소득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에 속하는 소득 하위 15%, 인구로는 약 312만 명의 평균 근로소득이 1,000만 원 이하입니다. 이들 근로자 집단은 지난 10년 동안 소득 증가율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런데 코로나 원년인 2020년에는 전년보다 소득이 줄어드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2021년에도 사정은 비슷했을 것입니다.
방역지원금 1,000만 원은 또한 세법상 지위는 동일하게 개인사업자인데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된 프리랜서와 예술인,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의 처지에 비춰봤을 때도 수용하기 어려운 액수입니다.
정부 방역 규제가 일선에 있는 소상공인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여파가 소상공인에게만 미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소상공인에게 고용되어 있던 저임금 근로자들 역시, 실업이나 근로시간 축소로 큰 고통을 받았고 지금도 받고 있습니다. 자녀의 수업일수가 줄어들고,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가계의 식료품비 부담도 만만치 않게 늘었습니다. 영유아나 고령 노인에 대한 돌봄 비용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소득은 감소하거나 정체된 상태에서 최근 2년 동안의 가파른 물가상승은 대다수 가계의 실질소득을 크게 감소시켰습니다.
제가 방역지원금 1,000만 원을 반대하는 두 번째 이유는 이것이 우리 사회가 합의해왔던 공적 원칙에 반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정부 정책이 여러 경제 주체의 경제 활동을 차별하지 않아야 하는 중립성 원칙에 반합니다. 지금 1차 추경안에 이 원칙을 적용해보면, 정부 재정이 코로나19 방역 활동으로 인해 똑같이 소득이 줄어든 고통을 겪은 광범한 집단 중에서, 유독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활동에만 1,000만 원이 되는 보상금을 지급하는 데 사용된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1,000만 원 일시 보상금 지급은 심각한 소득 역전을 일으킵니다. 미국이 코로나 시기 가계 지원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쓰면서도 소득 역전이 일어나지 않게 세심한 설계를 한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소득 역전은 경제 활동의 유인을 왜곡하고 나아가 사회·정치적 통합까지 저해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이유로 소상공인 1,000만 원 방역지원금 지급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용기 있는 다른 목소리들이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상공인에 대한 손실 보상의 현실화는 손실보상법 안에서 처리되는 것이 정도이고 원칙입니다.
저의 대안은 일단 방역지원금은 정부안대로 가되 여야의 정치적 합의로 증액한 추경 예산을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지금 여야가 합의한 증액 규모라면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1인당 25만 원씩 상반기 최소 2회 정도 지급할 수 있는 액수입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형평성 논란을 잠재우고, 정부 재정 정책의 중립성 훼손이라든가 소득 역전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또한, 그동안 방역 규제로 고통받아온 소상공인들에게도 분명한 도움을 줍니다.
사실 소상공인에 대한 1,000만 원의 방역지원금도 결코 충분한 액수가 아닙니다. 지금 소상공인에게 더 필요한 것이 일시적 위로금인지 영업 활동과 매출의 정상화인지, 누구나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서도 방역지원금보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통한 내수 진작이 소상공인에 대한 실질적이고 근본적인 도움이라고 봅니다. 소상공인의 경영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고용의 증대, 서비스산업 근로자들의 소득 증가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예외 없이 표출되고 있는 국회와 정부의 갈등에 대한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지난 2년 동안 앞선 6번의 추경안 처리 과정에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충분히 드러났다고 봅니다.
기획재정부는 ‘건전 재정’이라는 관료의 소신을 주어진 권한 안에서 관철하고 있을 뿐입니다. 추경 때마다 민주주의 원칙을 들먹이며 소극 재정을 편성하는 기재부를 비판하지만 결국 예산 자체는 기재부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할 때가 됐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국회와 정부 사이에, 재정건전성을 교리로 신봉하는 경제관료 조직과 국민의 확장 재정 요구를 대표하는 대의정치 사이에 국가 재정권에 관한 새로운 균형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를 위한 전면적인 기획재정부 개혁을 이야기하지 않는 여당의 기재부 비판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합니다.
저 용혜인과 기본소득당은 이번 대통령선거를 통해 예산 편성권, 경제 기획 및 정책 권한을 국무총리 산하 조직으로 이관시키는 정부조직법 개정을 약속드립니다. 기재부의 행태를 비판하는 많은 동료 의원님들의 공감과 동참을 기다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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